[발언대] 네이버 부동산, 플랫폼 역할에 더 충실해야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


네이버의 검색 결과는 성장기의 장점을 많이 잃어가는 것 같다. 네이버가 우수한 정보를 생산하는 업체를 상위에 노출하기보다 돈이 될 만한 사업에 직접 뛰어들면서부터다. 스스로 '정보제공업체'가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 구글이 좋은 정보를 만드는 회사의 검색 노출을 늘려 더 좋은 정보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부동산 매물 정보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네이버는 영업 대행사를 두고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직접 가맹점 영업을 했다. 이런 네이버가 돌연 인터넷 골목상권을 살린다며 지난해 8월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달부터는 부동산114 등 정보제공업체에서 다시 매물을 제공 받기로 했다.

상생을 위한 네이버의 통 큰 희생으로 비쳐지지만 실제로 변한 것은 거의 없다. 네이버 부동산의 중개업소 영업은 직영에서 정보제공업체를 통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영업 대행을 하는 직원들은 그대로다. 네이버 영업 대행사가 바뀔 때마다 영업직원들의 소속이 바뀔 뿐이다.

정보를 생산하지 않는 정보제공업체를 인터넷 골목상권에 포함해야 하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원천은 중개업소이며 정보제공업체는 영업 대행사 역할을 맡는다. 네이버의 이번 조치로 영업 대행을 하는 회사는 대기업과 언론사의 계열사들이다.

무엇보다 매물의 신뢰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중개업소들은 네이버 부동산을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여길 뿐이다. 좋은 매물을 등록했다가 경쟁 중개업소에 뺏기는 것보다 유인 매물을 등록하는 게 낫다. 실제로 중개업소는 종전의 네이버 직영체계에서 정보제공업체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해 비용 부담이 는다. 허위·유인 매물을 올릴 이유가 커진 셈이다.

타성에 젖어 자기 밥그릇의 양을 재는 것에만 급급하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부동산 회사인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기업이 나오려면 네이버가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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