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반등인가, 아니면 바닥확인인가`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6일만에 급등세로 반전하자 시장참여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그동안 역외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달러를 매도해온 일부 세력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됐고 이들의 `스톱 로스(손절매)`물량이 원화약세의 기폭제가 돼 시장은 일시적인 `패닉(공황`을 보였다.
예상하지 못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일각에서는 환율이 달러당 1,144~1,145원 선에서 바닥을 확인했으며, 더 이상 원화강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환당국이 아무리 `원ㆍ엔화 디커플링(decouplingㆍ차별화)`을 강조해도 환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던 `원화강세 대세론`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외환시장전문가들은 시장 안팎의 상황이 불투명해 이 날 하루만으로는 환율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날 환율반등이 `달러 과매도`로 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시아 통화에 대한 미ㆍ유럽의 공세`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달러 매도세력 `대패(大敗)`=그동안 뉴욕 등지의 선물환시장을 통해 끊임없이 달러를 팔아온 역외시장의 환투자자들은 14일 원화환율이 2% 가까이 급반등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들어 환율상승폭이 더 커진 것은 이들의 스톱로스 물량이 대거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씨티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하락에 기대를 걸고 포지션(달러매도ㆍ매수비중)관리해 온 다수의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됐다”며 “그동안 강력한 시장개입을 해 온 한국정부에 완패(完敗)하고 말았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상승은 전일 일본 엔화환율이 달러당 109원대로 반등한 데다 오는 17일 미국 부시 대통령이 일본 고이즈미총리를 만날 때 환율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등 엔화절상 압력이 약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화에 대한 압박도 느슨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배경이다. 그러나 상승폭이 급격히 커진 데는 역외 원ㆍ달러 투자자들이 손절매가 쇄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선물환 투자를 해 놓았다고 오히려 큰 폭으로 환율이 뛰자 내부 통제선을 넘겨 결국 손절매에 대거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원화 강세는 여전히 대세”=이날 환율이 급등하자 그동안 달러 약세와 외국인 주식순매수 기조에 기대어 `무조건 달러매도`를 외치던 세력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일부에서는 지난 13일 1,144원80전(일중 최저 환율)이 `바닥`으로 확인돼 적어도 올해 안에는 심각한 원화강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성급한 판단은 이르다고 경고한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일시적인 환율급반등은 가능하지만 기조적으로 원화가 약세를 돌아섰다고 볼 수는 없다”며 “미국이 약한 달러정책을 고수하는 한 원화강세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14일의 원화환율 폭등은 `출렁임`으로 이해해야 하며 `추세 반전`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환율하락에만 초점을 맞춰 공격적으로 달러를 팔아온 투기세력들에게는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