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 대신 최고오락담당임원(Chief Entertainment Officer) 이라고 불러주세요”
오경수 시큐아이닷컴 사장은 이 농담을 마치 진담처럼 자주 한다. 실제로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축구, 당구, 노래 등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할 정도다. 격이 없는 대화는 기본이다. 그래서 시큐아이닷컴 직원들의 이직률은 대단히 낮다.
경영실적을 가만히 보면 오락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도 잘 했다는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회사는 지난해 27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보안업계에서는 최고수준이다. 2001년 192억원에서 42%나 성장했다. 2000년 창립이후 흑자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물론 에스원, 에버랜드, 삼성SDS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이 회사의 주요 주주들이어서 초기 매출확대가 쉬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매출중 삼성그룹 계열사 비중은 65%다. 나머지 35%는 비 삼성그룹 계열사로부터 올린 매출이다. 워낙 치열한 보안시장을 감안하면 신생업체로서 올린 실적으로는 대단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오 사장은 “주력제품인 침입차단시스템 시큐아이월의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업그레이드, 국내외 인증획득 등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제품은 국가정보원(K2) 인증, 국산 신기술(KT) 마크, ICSA인증, 중국 공안부 및 보밀국 인증 등을 획득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외 SK텔레콤, 우리증권, NHN,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중국 동방전자 등에 공급됐다.
오 사장은 “최근 가상사설망, 침입탑지 등의 기능을 통합한 4기가비트급 방화벽을 내놓았다. 우수한 품질인증을 해외에서 이미 확보한 만큼 외국산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초고속 방화벽 시장을 적극 공략해 국내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82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에 입사한 오 사장은 18년간 정보 관련 업무에만 몸담아온 정보통이다. 삼성그룹 비서실 근무 8년 동안 오 사장은 정보관리 및 시스템 개발 및 관리, 정보교육 등을 담당해 왔으며 에스원에서는 정보사업 총괄 및 인터넷비즈니스를 담당했다.
오 사장은 2000년 3월 창업을 했다. 나름대로의 사명의식도 있었지만 어려움이 있었다.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필요한 정보를 획득해야 하는 공격적인 일을 주로 해오다 반대편에서 정보유출 및 침입을 막는 수비역할을 해야 하는 보안분야는 넘어야 할 하나의 산”이었다고 오 사장은 당시를 돌아봤다.
“인터넷 시대에서는 창 보다는 방패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방패를 선택했다”는 오 사장이 가장 강조하는 경영 키워드는 `인재`. 대기업에서도 마찬가지 이지만 특히 벤처기업에서 인재는 경쟁력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경영자원이라는 것.
오 사장은 “주식이나 급여외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에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는 일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했다. 스스로를 최고오락담당임원이라 칭하고 직원들 속으로 파고드는 이유가 멀리 있지 않았다. 그리고는 직원들에게 “10년 후 새로운 벤처기업 CEO로 다시 만나자”는 말을 자주한다.
오 사장은 대외업무에도 적극적이다. 비매품 보안관리 책자를 만들어 관계기업 및 담당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하고 지난 1ㆍ25 인터넷 대란 이후에는 회사차원의 보안의식 강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3월부터는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수석 부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조충제기자 c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