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구조조정] 비용 '바닥' 위기

금융구조조정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64조원으로 책정됐던 금융구조조정 비용이 사실상 바닥났으며 구조조정을 매듭짓기 위해서는 15조~20조원가량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금융구조조정 비용이 당초 추정치보다 크게 늘어난 이유는 보험사·종금사·금고 등 제2금융권의 부실규모와 서울·제일은행 매각에 따른 뒤처리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재원을 줄이기 위해 합병·증자지원 후 매각 등을 통해 회생시키는 것보다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편이 비용이 적게 든다고 판단되는 일부 부실금융기관을 파산처리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25일 금감위와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구조조정 재원 64조원 중 지난해말 현재 남아 있는 재원은 22조8,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향후 추정되는 소요재원은 38조원에서 52조원에 달한다. 금융구조조정 재원이 15조~20조원 정도나 부족한 셈이다. 금감위 당국자는 『성업공사의 부실채권 매입재원은 12조6,000억원이 남아 여유가 있지만 10조5,000억원이 남아 있는 증자지원·예금대지급·부실금융기관 매각 등에 따른 손실보전 재원은 부족한 실정이다』고 밝혔다. 금감위는 증자지원·예금대지급·부실금융기관 매각 등과 관련된 추가적인 금융구조조정 비용으로 대한·동아 등 6~7개 생명보험사에 3조~4조원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대출지원 3조원 예금대지급 등 종금사 관련 5조~6조원 상호신용금고·신용협동조합의 예금대지급금에 2조원 조흥(1월중 2조1,000억원 지원)·강원·충북은행 합병에 2조5,000억~3조원(조흥지원분 포함)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제일은행을 해외매각하는 데 따른 증자지원과 배드 뱅크 설립, 부실채권 인수 등에 은행별로 4조~5조원씩 8조~10조원이, 5개 퇴출은행과 4개 퇴출생보사를 떠맡은 인수은행과 인수보험사의 부실채권 매입요청(풋백옵션)에 2조~3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자지원 등과 관련된 필요지원 규모는 25조5,000억~31조원으로 잔여재원 10조5,000억원을 크게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위의 한 당국자는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비용에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빠져 있다』면서 『현물출자 등을 통해 정부보유주식이 바닥난 만큼 이에 필요한 재원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구조조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추가재원을 조달해 구조조정을 원칙대로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당장 국민부담이 늘어나 재원조달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고 설명했다. 【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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