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국내선 비행기에도 국제선과 같이 일부 좌석을 우등석으로 운영하고 있다.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을 굳이 추가요금을 물어가면서 좋은 좌석으로 가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나 요금차이가 크지 않고 빨리 오르고 내릴 수 있으며 좌석이 넓어 비행 중에도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등의 핑계로 우등석을 애용하고 있다. 그런데 급히 가느라고 어쩌다 일반석을 이용하게 될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무릎을 제대로 펼 수가 없고 신문도 마음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좁다. 그리고 타고 내릴 때에는 앞좌석 승객이 다 내릴 때까지 한참씩 기다려야 한다. 1시간 동안 타고 가는데도 이렇게 불편하니 10시간 이상 걸리는 해외여행은 어떨까 싶다. 이십년여 전 평생 처음으로 해외 연수를 가게 됐을 때가 생각난다. 가족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그때의 좌석은 일반석이었지만 그 느낌은 지금의 우등석에 비길 바가 아니었다. 여행을 떠난다는 설레임만으로 그 비좁은 공간에서도 모든 것이 행복했고 즐거울 수 있었다. 그때에는 우등석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고 타고 있는 좌석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했으니 불편하고 말고 생각할 여지도 없었던 것이다. 좋은 자리로 옮기고부터 옛날 자리는 잊혀지고 그때에는 못 느끼던 자리의 차이를 비로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추구하고 있는 부(富)나 명예(名譽)도 우등석과 같은 것이며 이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가 바로 인간사다. 그리고 인류의 불행은 바로 이 일반석의 불편을 느끼면서부터 시작됐다. 우리의 원죄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금지된 사과를 따먹고 나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가. 지금 우리가 값을 치르고 차지하고 있는 이 우등석은 언젠가 다음 사람에게 물려줘야 할 자리이다. 그 자리를 오래 차지하기 위해 아무리 애를 써도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모두가 우등석에서 내려와 일반석으로 떠나게 돼 있다. 일반석은 결코 불편한 자리가 아니며 우리가 돌아갈 고향인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지막으로 타게 될 열차의 일반석을 염두에 두고 불편하더라도 평소 일반석을 이용하는 습관을 길러둬야 하겠다. /강신철<경남은행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