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주요2개국(G2) 시대를 맞아 국제외교무대에서 치열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 금이 간 가운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선언한 시진핑 중국 지도부가 국제질서 재편을 시도하면서 양국의 외교전은 총력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는 31일부터 6월6일까지 트리니다드토바고ㆍ코스타리카ㆍ멕시코 등 카리브해 3개국을 국빈 방문한다. 카리브해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제3의 국경'이라고 말할 정도로 민감한 지역으로 사실상 미국의 안마당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지솝 캐리비언카운슬 대표는 "카리브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며 "카리브해 국가의 고위정치인들도 중국과의 교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말 카리브해 지역에 대한 63억달러 규모의 지원계획을 밝혔다. 슈쉬청 중국 사회과학아카데미 명예회원은 "카리브해 지역의 방대한 자원도 중국의 관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이 대체로 소국이지만 엄연히 유엔에서 투표권이 있다는 점도 교류를 넓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과거 아시아ㆍ아프리카 일변도의 외교전략에서 벗어나 중동ㆍ라틴아메리카ㆍ유럽 등 전방위적인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인도ㆍ파키스탄ㆍ스위스ㆍ독일 등 4개국을 순방하기 위해 지난 19일 출국했다. 시 주석도 3월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러시아와 탄자니아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콩고공화국을 방문한 바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그동안 공을 들여온 아프리카ㆍ아시아 지역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6월26일부터 7월3일까지 재선 이후 처음으로 세네갈ㆍ남아공ㆍ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주요3개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3월 시 주석의 아프리카 순방에 맞춰 시에라리온ㆍ세네갈ㆍ말라위ㆍ카보베르데 등 4개국 정상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맞불을 놓았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과거 중국의 우방이었던 미얀마를 방문한 데 이어 20일 백악관에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과 미얀마 최고지도자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것은 47년 만이다.
미국의 중국 압박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데 중국은 배제된 상태다. 아태 지역의 경제적 주도권을 더 이상 중국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