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백수 낙하산'부터 뿌리뽑아야

관료 출신 배제된 자리에
정권실세 대거 포진 우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들의 낙하산에 일정부분 제동이 걸리면서 오히려 정권 실세의 등을 업은 정치인들의 공공기관 '낙하산' 투입이 늘어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료든 정치인이든 낙하산 파티가 근절되지 않는 한 당정이 6·4 지방선거 이후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기로 한 공공기관 개혁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통성 없는 기관장이나 임원이 임명되면 리더십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혁을 하는척 시늉만 내다 용두사미로 끝내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채급증 등 위기상황에서도 공기업 임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는 오히려 노사 밀약을 통해 세금 축내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공공기관의 낙하산 파티는 끝났다(작년 말, 현오셕 경제부총리)"고 말로만 외칠 뿐 친박근혜계 정치인들을 끊임없이 공공기관에 내려보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아예 정치인 낙하산 투입을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정권 실세인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아온 강석진씨가 기술보증기금 이사로 선임됐다. 지난 1월에도 기보 감사로 박대해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된데 이어 또 다시 기보에 낙하산 인사가 내려간 것이다.기보 측은 "강 이사가 청와대 행정관과 국회 전문위원, 정책연구위원을 해 업무 연관성이 많다"고 설명했으나,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낙하산 인사의 경위를 밝히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 감사에도 친박계인 문제풍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선임된 바 있다.

심지어 지난 2월 기획재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낙하산 근절대책을 보고할 무렵에도 낙하산이 잇따라 임명돼 파문이 일었다. 당시 친박계인 이상권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에, 역시 친박계인 홍근표씨와 강요식씨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동서발전의 상임감사위원으로 각각 임명된 것이다. 작년 말에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친박계 김학송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임명됐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3월 11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이후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 공공기관의 기관장·감사·이사로 임명된 친박 인사는 84개 기관 117개 직위에 114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는 기관장이 45명, 감사가 15명, 이사가 57명이었다. 민 의원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지탄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때에도 정권 실세들의 추천을 받아 내려오는 정치백수들의 공공기관 점령이 계속되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개혁 마인드가 있고 전문성이 있는 정치인의 낙하산 투입은 단순히 정권 차원의 보은성 인사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여야를 떠냐 모든 정권에서 낙하산 문제가 있었던 만큼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공기업 개혁에 여야가 합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부채급증의 원인이 정책실패, 요금억제, 복지과잉 등이 복합적이어서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여야가 합의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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