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도 먹구름인데… 이번주 진정 안되면 경제 전반 타격 예상

■ 우려 커지는 경제
中 투자유치단 행사 백지화 등 유무형 피해 확산
7월 광주유니버시아드 선수 파견 취소도 저울질
정부 "메르스 차단 집중"…추경은 히든카드로 남겨

7일 서울역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과 관련한 정부종합대책을 발표하는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나오는 TV 앞을 지나가고 있다. /송은석기자


'추락하느냐 아니면 추스르느냐, 이번주에 달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따른 폐해가 우리 산업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관광·레저·유통 등 내수 경기 급락뿐만 아니라 예정돼 있던 국제 행사도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유무형의 폐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이 메르스 사태의 발원지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경우 메르스 전선(戰線)이 공산품 등 수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중국의 투자 유치단 행사가 백지화되는 등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번주에도 메르스 확산이 꺾이지 않으면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도 7일 세종 청사에서 메르스 종합 대책을 발표하면서 "메르스 사태가 좀 더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에 세월호 사태와 버금가는 충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과 접촉이 무섭다'…관광객 이어 국제 행사도 잇따라 취소=메르스에 따른 내수 악영향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관광을 취소한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은 이미 2만명을 넘어섰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현재 우리나라 여행을 포기한 외국인은 2만600명에 이른다. 전날의 1만1,800명에 비해 74.6% 늘어난 수치. 날짜별로 봐도 △1일 2,500명 △2일 4,500명 △3일 4,800명 △4일 8,800명 등 관광 취소가 많아져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전담 여행사의 한 대표는 "한 달 평균 중국인 관광객 50만명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고 봤을 때 메르스 여파 탓에 한국 여행 취소율은 평균 20%가량 될 것"이라며 "이 경우 6월 한 달 동안 한국 방문을 포기한 중국인 수는 어림잡아 10만명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행사 차질도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일부 입법위원들이 한국의 메르스 확산 상황이 심각해지면 다음달 초 열리는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에 236명에 달하는 선수 파견을 취소하는 방안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또 10일 개막될 예정이던 '수원컵 17세 이하 국제청소년축구대회'는 두 달가량 밀렸고 중국 현지에서 8~12일 열릴 예정이던 한중 언론인 포럼은 중국 측에서 갑작스럽게 행사 취소를 통보해 없던 일이 됐다. 중국 변리사회도 다음달 10~11일 한국에서 개최되는 양국 변리사회 정기 교류 행사 불참을 알렸다.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인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셈.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인데 요즘 들어 해외에 나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만나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어 업무를 처리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전했다.

◇수출로까지 엄습하는 불안감=이번주 서울 롯데호텔에서 예정됐던 베이징시 투자설명회가 무기한 연기됐다. 그 결과 중국 기업인 200~300명의 방한이 무산됐다. 이와 관련, 김재홍 KOTRA 사장은 "메르스가 한중 경제 협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4~5일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한국 상품전'에 중국 측 인사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타나 중국의 우려가 큼을 알 수 있었다"며 "대중국 수출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메르스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KOTRA는 오는 7월부터 중국 인터넷쇼핑몰 소비자의 운송 비용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실시할 예정인데 메르스로 자칫 약발이 제대로 받지 않을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도 "수출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중국 바이두나 일본 사이트 등에서 안 좋은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보다는 메르스 확산 차단에 사활=정부는 일단 추가경정예산 카드보다 메르스 장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최 경제부총리는 "메르스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 조치를 취함으로써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다만 이것만을 위해 추경을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추경 카드를 섣불리 꺼내지는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대신 최 경제부총리는 메르스 관련 예산은 재산관리기금과 예비비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마련해둔 재원으로 올해 2조5,000억원이 예산에 배정됐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 예방 사업에 쓰거나 예측 불가능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쌓아두는 돈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총 적립액은 1조9,937억원이고 이 가운데 1조2,424억원을 사용할 수 있다. 총 3조7,000억원을 메르스 대응에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김현수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