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일 정상회의 열쇠는 아베가 갖고 있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들이 지난주 말 서울에서 모처럼 회의를 열어 3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는 3국 정상회의의 조기개최에 합의했다. 외교장관들은 언론 발표문에서 구체적인 시기를 못 박지 않았으나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이른 시기에'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3국은 또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처음으로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자유무역협정( FTA) 및 대기오염 문제에서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3국 외교회의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일단 관계복원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북아 핵심 파트너인 3개국은 역사인식 및 영토 문제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어 2012년 이후 매년 열리던 정상회의조차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으로 관련 문제를 처리한다는 외교장관들의 이번 합의가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3국 외교장관 합의안에는 과거사 문제를 중시하는 중국과 이를 거부하는 일본의 입장 사이에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만 한다는 조건이 담겨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3국 정상들이 역내안정과 경제번영을 위해 만나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아베 총리는 다음달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과 8월 담화에서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뚜렷한 반성의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미국도 동북아 평화를 원한다면 일본에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기보다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도록 유도함이 마땅하다.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논란에서 보듯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면 우리의 외교적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고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3국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외교입지를 넓힐 기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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