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하나 유력속 신한이 변수

한미+서울 가능성도…당사자들 일제히 부인소강 상태에 빠져 있던 은행합병 작업이 다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신한은행과 하나, 한미은행 등이 각각 합병파트너를 찾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지분매각 제한이 풀리는 제일은행이 합병의 새로운 변수가 되면서 은행간 합병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또 서울은행의 경우도 연내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다른 우량은행에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 합병 후보 은행들은 일제히 각각의 파트너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조만간 국민ㆍ주택은행에 이은 대형 합병은행이 탄생할 가능성은 전례없이 높은 상황이다. ◇제일은행이 타깃(?)=그동안 은행간 합병 시나리오로 떠올랐던 것은 크게 3가지다. 서울은행 매각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우량은행과 짝짓기할 것이란게 첫번째였다. 우량은행중에서도 한미은행이 구체적인 합병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다음은 제일은행을 축으로 한 합병 시나리오다. 금융계에서는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의 지분매각 제한이 내년부터 풀리는 것을 계기로 신한ㆍ하나은행 등과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있다. 현재로서는 소매금융에 강한 제일은행과 기업금융이 상대적으로 많은 하나은행간 합병설이 유력하게 관측되고 있다. 또 조흥, 외환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합병 가능성도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연내 합병 가시화될까=가능성은 반반이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물밑 접촉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은행간 합병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은행간 조기 합병을 촉구했다. 조기 합병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지는 확고한 셈이다. 그러나 은행들의 입장만 놓고 보면 조기 합병 가능성은 점치기가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여전히 의사타진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구체적인 짝짓기 구도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내달초 서울은행의 진로가 확정되는 것은 계기로 은행간 짝짓기의 구도가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며 "구체적인 짝짓기 대상도 빨라야 내달 중순께나 드러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당은행 움직임=신한ㆍ하나ㆍ한미ㆍ제일은행 등은 시장이 '우량'판정을 내리고 있지만 합병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지주사 등 '공룡'들과의 덩치 싸움에 승산이 없는 만큼 암중 진로 모색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합병이 언제나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에서 알 수 있듯 해당은행들은 아직까지 겉으로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러가지 합병조합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는 부인 일색이다. 제일+하나은행 합병추진설이 불거진 21일 김승유 하나은행장과 로버트 A 코헨 제일은행장은 한결같이 전면 부인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제일은행 또는 뉴브리지캐피탈이 합병을 제의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중국 칭따오에 있는 제일은행 현지법인 인수를 추진중이며 이 사실이 제일은행과의 합병설로 확산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행장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합병의 문호를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현재 신용카드, PB(프라이빗 뱅킹) 등 하나은행의 역량이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 외국계 은행과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코헨 제일은행장도 하나은행과의 합병설이 불거져나온 이날 오후 노조 대표와 긴급 면담을 갖고 "합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지만 "합병을 하더라도 뉴브리지가 인수하는 쪽이 될 것"이라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김영기기자 김민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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