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둔화와 위안화 평가절하에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톰슨로이터 자료를 인용해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기업의 올 2ㆍ4분기 순이익 증가율이 1.2%에 그치며 지난 2012년 3ㆍ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그나마 늘어난 순익도 판매증가가 아닌 비용감축이나 자사주 매입 감소 등에 힘입었다. 실제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3.5% 줄면서 거의 6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유가 추락으로 시름하는 에너지 업종을 제외할 경우 순익이 8.7% 늘었지만 매출 증가율은 1.5%로 2009년 3ㆍ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엔진제조 업체 커민스는 올 2ㆍ4분기 중국의 굴삭기용 엔진 수요가 1년 전보다 34% 급감했고 개선 신호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통신장비사 주니퍼네트웍스는 올 2ㆍ4분기 아시아태평양 매출이 3% 줄었지만 중국을 제외하면 11%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증시불안, 위안화 평가절하와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손 등으로 미 기업들의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의 스티브 상히 최고경영자(CEO)는 "전반적인 수요감소와 재고증가로 매출이 줄고 있다"며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분야의 부진은 중국 경기둔화 여파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자동차 절연체를 생산하는 화학업체 듀폰은 올 하반기 중국 자동차 산업 성장률을 기존의 5%에서 2~3%로 낮췄다. 제너럴모터스(GM)도 현지 자동차 가격이 1년 전보다 5~6%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전망에 달러화가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 점도 미 기업에는 부담이다. 목재 업체 플럼크릭은 "중국이 미국보다 러시아·뉴질랜드에서 더 많이 수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위안화 가치하락이 미 기업들에 악재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인건비 절감으로 현지 제조업이 활기를 띠게 되고 원자재 가격 하락이 중국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미 기업들의 중국 내수 진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니리서치의 크레이그 차니 대표는 "한 분기보다는 중국의 장기적인 역동성이 중요하다"며 "중국은 수출 주도에서 벗어나 소비ㆍ서비스 중심으로 성장 모델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