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한경쟁에 직면한 통신 서비스

정부가 7개 기간통신역무를 하나로 통합하고 지배적 통신사업자의 결합판매 요금 할인을 허용하며 인터넷 전화의 번호이동을 시행한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통신규제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10년 만에 이루어진 통신정책의 변화로 업계는 무한경쟁에 직면하게 된 반면 소비자들은 새로 개발된 상품과 서비스 경쟁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당장 오는 4월 말부터 특정 휴대폰을 살 때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을 뿐더러 내년 3월부터는 아예 보조금 한도가 사라지게 된다. 늦어도 2008년에는 전화 사용량이 많은 기업이나 개인이 현재의 전화번호로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수 있어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또한 초고속인터넷 요금의 신고제 전환으로 가격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며 유무선 전화와 초고속인터넷,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인터넷TV 등을 묶어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그동안 정부가 후발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비대칭 규제를 해왔던 ‘유효경쟁 정책’을 종료함에 따라 소비자의 후생이 크게 증대되는 것이다. 반면 기업들은 무한경쟁을 피할수 없게 됐다. 진입장벽이 사라진 만큼 가격경쟁은 격화될 것이고 선후발 사업자 사이의 양극화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결합상품 판매를 위한 M&A와 전략적 제휴 등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쟁 격화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쟁을 통한 소비자 중심의 정책은 불가피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망이 없는 사업자가 망을 빌려 무선 서비스를 하는 가상 이동통신망사업(MVNO)까지 일반화돼 있다.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수용하려면 칸막이 규제의 철폐는 넘어야 할 산이다. 다만 이번 조치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많고 이동전화 경쟁 촉진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앞으로 입법과정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규제완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등한 경쟁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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