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한은총재 회동] 현오석 "정책조화 서로 노력해야" 이주열 "경제보는 시각 공유하자"

■ 재정·통화 공조 탄력받나
玄부총리 한은 직접 방문해 축하 '파격 행보'
물가·성장 균형 모색… 금리인상 늦출수도
한은법 개정 논의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

현오석(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을 방문해 이주열(왼쪽) 한은 총재에게 초상화를 선물한 뒤 밝게 웃고 있다. /이호재기자

둘 다 한국은행 출신인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 총재 취임 다음날인 2일 전격 회동했다. 현 부총리가 총재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한은을 직접 방문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마련인 자리가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것 자체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다가선 것은 현 부총리였다. 그는 "앞으로 경제 인식이라든지, 경제정책에 있어서 조화를 이루는 데 서로 노력하기 위해 한은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현 부총리는 1974년 한은에 들어와 잠시나마 몸담은 적이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정책공조 강화된다…금리인상 늦어지나=무난한 첫 만남을 계기로 기재부와 한은의 정책공조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부총리는 "이 총재는 신망도 많이 받고 한국 경제에 대한 통찰력도 깊다. 취임사에서 물가·고용·지속성장·위기관리 등 모든 분야를 언급했는데 앞으로 한국 경제를 고민하는 총재 역할을 잘 하시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총재는 "경제를 보는 눈, 시각을 공유하자"고 화답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30여분간의 만남 후 현 부총리와 이 총재는 배포한 자료에서 "정부와 한은이 경제를 운용함에 있어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재정 등 정부 정책과 통화정책 간 조화를 이룸으로써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기재부와 한은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운용함에 있어 항상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와 이 총재의 회동을 지켜본 시장에서는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뜨거운 감자'가 될 금리인상 시점이 핵심이다. 이 총재가 "물가와 성장의 균형 있는 조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과 두 수장 간 회동 결과를 조합해보면 금리인상 시점은 최대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취임을 기념한 첫 만남인 만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속단하고 확대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한은법 개정 다시 논의될까=두 수장의 회동이 관심을 모으면서 한은법 개정에 대한 논의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한은법 제1조 1항에서는 한은 설립의 목적을 '물가안정'으로 명시해놓고 있다. 2011년 법 개정을 통해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를 2항에 추가했지만 나란히 두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법 개정 이후에도 한은 입장에서는 여전히 물가안정이 여전히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다.

한은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중앙은행들도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를 동시에 정책목표로 삼는 것처럼 고용, 즉 성장에도 중앙은행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중장기적 시계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 '성장'은 양날의 칼이다. 성장에 집중하기 마련인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법을 쥔 정부도 한은법 개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용을 중앙은행의 목적으로 적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도 이를 따라야 할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 역시 이날 한은법 개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그것까지는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한은법 개정을 통한 감독권 강화에 대한 감독당국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서민금융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은이 감독권한을 확대할 경우 중복규제와 규제혼선 등의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기존 공동검사요구권·자료제출요구권 등 운용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를 통해서도 새로운 한은 총재가 말하는 목표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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