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단기자금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수익률이 금융당국의 규제강화 이후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 11월 부실 기업어음(CP) 판매로 불거진 동양사태를 수습하면서 MMF의 안전자산 편입 비중을 높이도록 하는 등 운용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업계는 증시부진과 저금리 장기화로 MMF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다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MMF의 월별 평균 수익률은 2013년 10월 0.2%에서 올해 1월 현재 0.17%로 1년여 만에 0.0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MMF 설정액 1,000억원 이상 운용사 중 운용 규모가 가장 큰 하나UBS자산운용(8조6,702억원)의 월별 평균 수익률은 2013년 10월 0.2%에서 올해 1월 현재 0.17%로 0.03% 하락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0.2%에서 0.15%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0.19%에서 0.14%로 각각 0.05%포인트 떨어져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다른 운용사들의 MMF 월평균 수익률 역시 0.03~0.04%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전체 MMF의 연평균 수익률은 2.37%로 전년(2.41%)에 비해 0.04%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MMF 수익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2013년 11월부터 대폭 강화된 MMF 운용규제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2013년 10월 부실 CP 판매로 촉발된 동양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단기상품에 대한 유동성 관리와 안전성을 강화했다. 주요 내용은 편입자산 가중평균 만기(듀레이션) 한도를 기존 90일에서 75일로 줄이고 상위 2개 등급에 해당되는 회사채와 CP에만 투자하도록 했으며 대량 환매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편입자산의 10%를 잔존 만기 1영업일 이내 자산으로, 30%는 만기 7영업일 이내 자산으로 채우도록 했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만기가 짧고 안정성이 높은 자산 비중을 늘려야 했고 이는 수익률 하락으로 연결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규제강화 이전에는 신용등급이 다소 낮지만 수익률이 높았던 CP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을 편입했는데 규제가 도입되면서 편입자산을 대거 우량채로 바꿔야 했다"며 "월별 기준으로 봤을 때 현재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자산의 30%를 만기 7영업일 자산으로 채워야 하는데 운용사들의 수요가 몰려 물량을 구하기 어려워져 수익률이 극히 낮은 단기 통안채를 대거 편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하락에도 시중자금은 MMF로 대거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3년 10월 말 74조5,879억원이던 MMF 설정액은 올해 2월17일 현재 101조701억원으로 1년여 만에 35.5% 늘어났다. 국내 증시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박스권에 갇히면서 수익을 올릴 기회가 줄어든데다 시중금리도 연 1% 수준으로 떨어져 있어 그나마 시중금리 대비 초과수익을 내며 안정성이 높은 MMF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규제 도입 당시에는 MMF 수익률 하락으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했는데 워낙 국내 증시 시황이 나쁘고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MMF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운용업계는 MMF는 원금비보장 상품이지만 단기금리가 급격히 상승하지 않는 이상 원금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만큼 금융당국이 규제를 다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MMF 운용 담당역은 "단기자금 시장의 펀더멘털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운용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MMF에 편입할 수 있는 자산의 최소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가중평균 만기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강화된 규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는 MMF 순자산 가치가 하락하자 환매가 속출해 단기금융 시장이 큰 혼란을 겪은 바 있고 동양사태는 이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시중자금의 MMF 유입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없다고 보지만 업계의 의견도 들어보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