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1조 방위비 분담금 감사 성역 아니다

감사원이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예비조사는 시민단체가 공익감사를 청구함에 따라 감사요건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실제 감사를 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절차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실제 감사로 이어진다면 한미 분담금 협정이 체결된 지 23년 만에 주한미군 주둔경비가 처음으로 감사원의 도마 위에 오른다. 한미 양국은 앞서 제9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당시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요구한 집행 투명성에 관한 포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큰 성과지만 기대에 미흡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우리는 감사원 차원에서 방위비 분담금이 투명하게 집행되는지 따져보고 제도적으로도 개선할 점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라고 본다. 한미 간 협정에 따른 분담금이 감사 대상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긴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한미동맹을 호혜와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 혈세가 해마다 1조원가량 소요되는데도 한미동맹과 안보상 특수성을 내세워 감사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수년간 분담금을 사용하고 남았는데도 부담이 더 늘어난 데 대해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미집행 분담금을 은행에 넣어놓고 이자를 내지 않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의혹 제기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감사원 감사를 통한 사후관리 체계는 이번 협상에서 합의한 분담금 배정의 사전조율권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물론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반드시 비용 개념만으로 볼 것은 아니다. 우리 군이 자체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력을 유지하려면 분담금의 수십배 비용이 든다. 그렇다고 혈세가 투입된 분담금이 투명한 절차에 따라 제대로 집행되는지, 필요 이상의 부담을 떠안는 것은 아닌지 검증하자는데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 다만 한미동맹의 큰 틀을 감안해 불필요한 논란을 낳지 않도록 감사의 강도와 범위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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