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있는 남자골프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여인천하' 한국 골프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여자골프의 우수성과 인기를 잘 나타낸다. 반면 '여고남저'의 상황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남자골프의 인기가 절대적으로 높은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기현상으로까지 비친다. 지난해부터 변화를 시도하며 남자골프의 도약을 선언한 황성하(54)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을 지난 2일 인터뷰했다. 프레지던츠컵이 열리는 해를 맞아 양적·질적 성장에 대한 다짐이 수시로 묻어나왔다. 황 회장은 2001년 경북 오픈에서 우승한 선수 출신으로 협회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올해에는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프레지던츠컵이 개최됩니다. 이는 한국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일입니다" 황 회장은 오는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세계연합팀-미국대표팀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얘기부터 꺼냈다. 대통령이 명예대회장을 맡는 세계적 이벤트다. "KPGA 회원들도 대회 성공을 위해 앰배서더(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레지던츠컵의 흥행을 위해서는 KPGA 코리안 투어의 붐업이 필수라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 황 회장은 "경기가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지만 동분서주한 결과 올 시즌에는 지난해 14개보다 3개 늘어난 17개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4시즌에 KPGA 투어는 대회 수에서 28개에 이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절반에 그쳤다. 그는 "단시일 내에 환경이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방안의 하나로 "일본 등 해외 투어 대회에 우리 선수들이 초청 출전하도록 하는 협의를 진행 중이며 올해 첫 단추를 끼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해외 선수들과 경쟁을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의도다.
남자골프 중흥을 위해 여자골프와의 대결보다는 차별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여자 대회에서 볼 수 있는 따라 하기 쉬운 스윙·패션 등 아기자기한 부분이 높이 평가된 부분이 있다"며 "남자 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호쾌한 장타와 거침없는 도전 정신이 스폰서와 팬들의 눈에 든다면 조금씩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경쟁, 깊은 러프에서 치는 고난도 샷이나 절묘한 위기 탈출 등도 남자골프의 묘미"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런 측면을 널리 알리기 위해 받아들일 만한 아기자기함은 접목하기도 한다. 코리안 투어는 지난해부터 '해피투게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승자 동반 라운드와 팬 사인회 개최, 프로암 대회 때 감사카드 작성 등을 통해 무뚝뚝하다고 여겨졌던 선수들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칭찬을 듣고 있습니다. 팬들이 더 재미있게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남자 대회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습니다. 남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발전해야 향후 한국 골프와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습니다."
KPGA의 격변기였던 2012년 10월 수장을 맡은 황 회장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투어 활성화뿐만이 아니다. 당시 그는 외부 인사 회장 영입과 기습적인 협회 회관 매입을 통해 불거진 회원 간의 반목과 내분 속에 75.4%를 득표해 16대 회장이 됐다. "협회 안정화와 투어 성장을 위한 방법을 찾으며 쉴 새 없이 뛰었던 2년여였다"고 돌아본 그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KPGA 회원의 화합과 복지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선수 시절부터 고민하던 문제"라는 황 회장은 "세미·티칭프로로 구분돼 있는 준회원을 통합하고 명칭을 변경해 회원들 간 반목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회원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해 골프계의 다양한 방향으로 진출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