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글로벌 허브 경쟁] <3> 차이나머니의 심장 상하이

덩샤오핑 이후 20년 인프라 다져 … 세계 금융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자유무역지대 배경으로 런던·뉴욕과 경쟁 구상
외환거래·해외투자 허용 위안화 국제화도 가속도 환율 통제권 강화 노려


금융도시 상하이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황푸강 서쪽 와이탄이 지난 1930~1940년대 동북아 금융의 중심지였다면 1990년대 말부터는 푸둥의 루자쭈이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등에 업고 금융중심지로 탄생했다. 2014년 상하이는 자유무역지대(FTZ)라는 더욱 든든한 배경을 가지고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금융허브로 발돋움하려 한다. 상하이FTZ의 중심인 와이가오차오 보세구. 1년여 동안 중국에 체류하면서 돌아본 다른 경제특구나 개발구에 비해 낡은 건물과 정돈되지 않은 외관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곳을 둘러본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상하이FTZ는 속살을 드러냈다. FTZ관리위원회 내에 설치된 기업등록사무소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싱가포르DBS은행의 메이링 매니저는 "(상하이 진출은) 성급한 것이 아니라 선점이라고 본다"며 "FTZ 내 금융기관들은 중국 내 다른 지역 금융회사와 비교도 안 될 수준의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륙에 설치된 역외금융센터라는 별칭답게 상하이FTZ는 미완성인 상태임에도 전세계 금융회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자오시쥔 인민대 교수는 "상하이FTZ에서의 개인 외환거래 및 해외투자 허용 등은 위안화 국제화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며 "상하이가 FTZ를 통해 금융허브의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23년 기반 다진 금융허브 프로젝트=1990년 4월18일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상하이 푸둥지구 개발을 결정했다.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인 선전보다 10년 늦게 특구로 지정된 셈이다. 푸둥은 기존 특구와 전혀 다르게 금융산업의 길을 걸었다. 2년 뒤 덩샤오핑은 남순강화의 종점으로 상하이를 택하며 상하이 국제금융센터를 언급했다.

그로부터 17년 뒤, 상하이는 또 한번의 기회를 맞는다. 2007년 3월 당시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진핑 현 국가주석이 상하이시 당서기로 옮겨오면서 주춤하던 금융허브 전략은 다시 힘을 얻었다.

상하이는 2008년에 101층,492m 높이의 세계파이낸셜센터(SWFC)를 푸둥의 금융중심인 루자쭈이에 건립하는 등 금융허브 인프라를 속속 갖춰나갔다. 올해에는 624m의 상하이타워를 완공해 진마오타워·SWFC와 함께 금융허브의 외형적 인프라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홍콩·싱가포르를 따라잡고 런던·뉴욕과 경쟁한다는 상하이 금융허브 프로젝트는 세대를 걸친 사업이다. 덩샤오핑에서 시진핑으로 이어지며 기반을 닦았다. 장쭝신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상하이가 홍콩·싱가포르·도쿄 등에 이어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20년 넘게 하나의 목표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2014년 상하이는 FTZ라는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고 전했다.

◇마지막 시험무대 상하이FTZ=상하이 금융허브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은 상하이FTZ다. 금융·무역·해상물류·경제센터 등 4개 섹터를 FTZ의 핵심 분야로 내세우지만 중심은 역시 금융이다. 와이가오차오·푸둥공항·양산 등 기존의 3개 보세구를 FTZ로 지정한 것도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금융서비스업 분야에 대한 각종 개방·개혁의 시험무대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외 금융회사들은 이미 상하이FTZ에 지점을 개설하고 상품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비거주자 간 금융거래를 중개하는 오프쇼어(off-shore)가 가능한데다 금리자유화, 위안화 자본계정 개방 등 다양한 금융개혁 조치가 FTZ 내에서 먼저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22일 문을 연 국제에너지거래센터는 오는 3, 4월 첫 원유선물 상품 출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공상·농업 등 중국 은행들도 보세구역 내 지점을 금융서비스 전문지점으로 바꿨고 상하이은행은 와이가오차오 입구 도로 양쪽 건물에 모두 입주해 영업을 시작했다. HSBC 등 외국계 은행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천룽 베이징 장강산학원 부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에서 처음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를 도입해 금융산업의 재갈을 풀어주고 글로벌 금융을 경험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부원장이 주목한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는 지난해 9월 말 상하이FTZ가 발표한 규제항목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로 중국 정부는 앞으로 네거티브 리스트를 더욱 축소해 금융산업의 활동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시장 통한 위안화 환율 실험=상하이 금융허브의 핵심은 위안화 국제화다. 중국 금융당국은 예상보다 빠른 위안화 국제화 속도를 감안할 때 이른 시일 내 시장을 통한 강력한 위안화 환율가격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자칫 환율 통제권이 외국 자본에 넘어갈 경우 엔화가치 상승이 경제쇠퇴로 이어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HSBC에 따르면 2015년 무렵이면 중국 연간 무역총액의 30%인 약 2조달러가 위안화로 결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결제가 증가하면 각종 금융서비스의 부가가치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런던·파리·싱가포르 등이 역외 위안화 시장의 중심이 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상하이 금융허브가 시장을 통해 위안화 환율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상하이에 위안화 선물시장을 출범시키면 상하이와 홍콩을 통해 위안화 환율가격 통제력을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도 최근 사설에서 "상하이를 하루빨리 국제금융 중심지로 성장시키고 상하이에 위안화환율관리감독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리커창 총리가 금융감독기관의 반발을 무릅쓰고 상하이FTZ를 출범시킨 이유도 위안화 중심의 금융허브를 만드는 조치였다며 금리·환율 자유화, 무관세, 법제화 등 네 가지 과제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하이오우 상하이 자오퉁대 경제관리학원 교수는 "상하이FTZ는 금융허브의 시험구로 금리·환율 개혁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중앙은행은 이미 외환이 아닌 국채 매입을 통한 통화공급을 검토하는 등 금융개혁의 여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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