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은행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국 은행들에 대한 대출을 발 빠르게 줄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5월 말 현재 독일 은행권이 그리스ㆍ아일랜드ㆍ이탈리아ㆍ포르투갈ㆍ스페인 등 PIIGS에 빌려준 순대출액은 550억유로로 1월(2,410억유로) 대비 77.2%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순대출액 기준으로는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실제로 독일 은행들이 이탈리아 은행들에 대출해준 순대출 규모는 6월1일 기준으로 5개월 만에 25%나 감소했다. 지난해 통틀어 대출규모를 7% 줄였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감소세다.
FT는 최신 자료가 없을 뿐 프랑스 은행들도 대출을 줄이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은행권의 유로존 내 대출액은 5월 말 현재 4,890억유로로 2010년 중반 이후 절반이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로존 자금이 몰리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경제강국의 올 상반기 예금과 대출은 늘었다. 벨기와 네덜란드의 대출은 각각 4%, 1.3% 늘었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예금은 각각 2% 넘게 증가했다.
반면 재정위기를 겪는 남부 유럽 은행들은 고전하고 있다. 포르투갈ㆍ스페인ㆍ그리스 은행들의 대출은 각각 2%가량 줄었고 그리스에서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와 드라크마(옛 그리스 통화) 회귀설 등으로 예금의 15%가 이탈했다. 이탈리아 은행권에서는 예금이 늘었지만 대출은 줄었다.
모건스탠리의 휴 반 스티니스 애널리스트는 "유로존의 위기가 점점 깊어지면서 역내 위기국 은행들에 대한 불신이 커져 독일ㆍ프랑스 은행들이 대출을 줄였다"며 "이 같은 대출감소와 회수가 시장의 분열을 촉진하고 경제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로존 경제 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런 우려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금융분열(financial fragmentation)'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더 커졌다고 FT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