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집값 통계… 혼선만 부추겨

일부 단지만 호가 변해도 자치구 전체 등락 바뀌고
감정원 표본 턱없이 부족
월간·실거래가 중심으로 통계 산출방식 바꿔야


올가을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모(37)씨는 신혼 전셋집을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그는 최근 각종 언론을 통해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리에 다시 집을 알아보기 위해 나섰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이씨는 "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여전히 오르고 있고 집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집값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집값 변동은 주식시장의 주가와 달리 단시간 변동하는 일이 거의 없어 주간 통계가 오히려 혼선만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재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집값 통계를 월간 단위로 조정하고 호가(呼價) 중심에서 실거래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 민간 부동산 정보 업체 관계자는 "주간 단위 집값 변동률은 실제 집값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시장의 흐름을 가늠하는 기준 정도로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집값 0.01% 상승?…얼마나 오른 거야=23일 업계에 따르면 감정원과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가 제공하는 집값 변동률은 해당 지역의 시가총액이 기준이 된다. 각 기관과 업체마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단지별 가중치를 주기도 하고 통계학적 보완이 뒤따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시가총액 변동 폭을 기준으로 집값 변동률을 산출해낸다.

예컨대 서울 서초구의 지난 3월 말 기준 아파트 매매 시가총액은 70조원 정도다. 만약 700가구 규모인 한 아파트단지 84㎡의 호가가 1,000만원 정도 오르면 시가총액이 70억원 증가해 서초구 전체 집값은 0.01% 오른다. 총 7만4,000여가구에 달하는 서초구에서 한두 개 단지의 호가가 조금만 올라도 이 지역은 집값 상승 지역으로 분류될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시가총액 역시 일선 중개업소에서 알려주는 '호가'를 바탕으로 합산되기 때문에 신빙성은 더욱 떨어진다.

중개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가에 대해서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이견이 있기 때문에 실제 시장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가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6,000개 표본으로 전국 집값 통계 발표하는 감정원=정부의 집값 통계를 위탁 받아 조사를 하는 한국감정원의 경우는 오히려 민간보다 더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정원은 전국 주택을 대상으로 표본을 추출하고 이들 표본의 실제 거래를 바탕으로 전체 집값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계를 작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본 수가 전체 주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거래가 거의 없는 기간에도 통계가 발표되는 실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최근 "감정원의 주택 가격동향 조사의 표본과 실제 주택 재고량을 비교한 결과 과도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월간 동향의 경우 1만9,697개, 주간은 6,228개에 불과한데다 대부분 아파트에 몰려 있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게 경실련 측의 주장이다.

◇월간·실거래가 중심 통계로 바꿔야=집값 동향을 가장 정확하게 나타내는 지표는 실거래 신고가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 신고기간이 계약 후 60일 이내여서 실거래와 신고일에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거래 후 20일 안팎이면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일선 시군구청 측의 설명이다. 제도만 조금 보완하면 충분히 월간 동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현재 주간 단위와 호가 중심으로 진행되는 집값 통계 산출방식을 월간·실거래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간 동향은 민간업체에 맡기되 감정원이 맡는 공식적인 통계는 호가 중심이 아니라 실거래가 중심의 월간 동향 분석으로 국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집값이 주간 단위로 시시각각 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를 통계로 잡는 것 또한 어렵다"며 "주간 통계는 오히려 해석에 오해를 불러일으켜 시장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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