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전쟁 완승…'이재용의 삼성' 속도 낸다

엘리엇과 표대결서 찬성 69.5% 압도적 가결
JY, 통합삼성물산 16.5% 보유… 지배력 강화

"수고했습니다", 최치훈(오른쪽 두 번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들이 17일 낮 주총에서 승리한 직후 밝은 얼굴로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생각한 듯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연합뉴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주들은 삼성의 미래를 선택했다.

삼성그룹의 지주사격인 통합 삼성물산 합병안이 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 속에 가결되면서 삼성의 '이재용 시대' 돌입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삼성물산은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찬성률 69.53%로 가결했다.

이날 합병안은 소액주주들이 압도적 찬성표를 보내며 삼성이 예상 밖의 '완승'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삼성 편으로 분류된 우호세력은 삼성SDI 등 특수관계인(13.92%)과 KCC(5.96%), 국민연금(11.21%), 국내기관(11.05%) 등을 모두 더해 42% 수준이었지만 소액주주는 물론 외국인으로부터 16% 이상의 지분이 대거 확보돼 승패가 싱겁게 갈렸다. 이날 주총에서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 제안한 '현물 배당안'과 '중간 배당안'도 모두 부결됐다. 이날 별도로 열린 제일모직 주총에서는 합병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 대한 주주들의 압도적 지지가 확인되면서 이 회사의 1대 주주가 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역시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하게 된다.

또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와 삼성SDS 지분 17.1%를 각각 갖고 있어 그룹 전반에 대한 이 부회장의 실효지배력이 커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복잡하게 얽힌 삼성의 지배구조도 이번 합병으로 상당히 단순화된다.

순환출자 고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지만 핵심만 떼어 보면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삼성생명 양 갈래로 나뉜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합병회사 출범으로 삼성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삼성이 큰 부담을 덜어내고 경영혁신에 나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통합 삼성물산은 오는 9월4일 기업결합신고와 합병등기를 완결한 뒤 9월15일 합병신주를 상장해 공식 출범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합병회사는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각각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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