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외부인사들을 만나면 으레껏 첫인사는 「증권회사 떼돈 벌어서 그것 다 어디에 쓰느냐」는 것이고 조금 이야기가 진전되면 증권사 임직원들의 고액연봉이나 성과급이 양념으로 화제에 오르게 마련이다.정색을 하고 부인하기도 그렇고 농담조로 얼버무리기가 일쑤이지만 다소 곤혹스런 것은 사실이다. 물론 요즈음 증권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어 대체로 증권사들의 수지가 크게 개선되고 있고 극히 소수이기는 하나 억대 이상의 연봉을 받는 임직원들의 수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요즈음 신문지상에서 앞다투어 보도하듯 어마어마한 경상이익이 모두 당기순이익으로 실현되는 것도 아니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런 호황이 거의 10년 만에 찾아온 비통상적(?)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어렵게 살던 집이 목돈을 벌게 되면 주변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질시를 받게 되기도 하고 식구들이 평소에 입던 옷을 걸치고 나가도 돈 벌어 새옷 산 것으로 비쳐지듯 지난 10여년 그 어려운 살림을 꾸려오던 증권회사들의 형편이 좋아지자 예상스럽지 않게 과장되어 입에 오르 내리는 부분이 많은 것이다.
증권사 임직원들의 고액연봉 역시 극히 소수의 임직원들이 받고 있는 성과급이 마치 증권회사에 근무하면 다달이 억대를 받는양 오도 되기도 한다. 지금 상당수의 증권사가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 개인의 실적을 임금에 연동시키는 성과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직원은 전체의 20%정도에 불과하다.
본인이 쓰는 직·간접경비를 모두 제하고 회사가 제시하는 목표이익을 초과한 부분에서 일부 자기의 몫을 찾아가는 성과급이라는 것이 모든 직원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IMF로 인하여 많은 산업부문 종사자들이 정규 보너스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여금이라도 제때에 받을 수 있는 정도이다.
그것도 지난 10여년, 불황의 늪에서 온갖 고초를 다 겪어왔던 증권사 임직원들의 역정을 생각하면 아직 보상을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나 이르다. 대다수 증권사 직원들은 아직도 집 한칸 제대로 지니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수십대 일의 경쟁을 치르고 입사한 그들의 자존심에 비하여 현실에서 겪었던 좌절과 비애의 그늘은 성과급 얼마를 더 받았다고 금방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더하여 그 성과급을 받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하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길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