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TV는 사전 편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전한 예술이지만 연극은 순간마다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 순간 창조된 새로운 것들에 관객들은 매번 다른 느낌과 감동을 받지요. 연극의 그런 특성이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킵니다. "
2010서울연극올림픽(9.24~11.7)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 극장의 예술감독인 토마스 오스터마이어(42)는 "연극은 그 순간 무대 위에 펼쳐지는 말과 행동으로 모든 것이 규정되는 '찰나의 예술'"이라며 "내 삶에서 연극은 도전 그 자체"라고 밝혔다..
오스터마이어는 이번 축제 기간에 자신의 대표작 '햄릿'(9.29~10.1, 남산예술센터)을 선보인다. '독일 연극의 현재이자 미래'로 통하는 젊은 연출가 오스터마이어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에 충격적인 표현법과 제스처, 록 음악을 접합하는 등 실험적인 연출로 '햄릿'을 재탄생시켰다. 셰익스피어는 20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서로 다른 정치적 환경에 따라 흥미와 음모가 드러나도록 했지만 오스터마이어는 주인공 햄릿을 제외한 5명의 배우가 둘 이상의 역할을 소화하게 하는 파격적인 연출을 시도했다.
그는 "기존에 내가 보았던 수많은 '햄릿'은 부패한 사회에서 혼자만 똑똑하고 정의로운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연출가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는 것일뿐"이라며 "진정한 햄릿은 엘리트 연출가의 허영심을 반영한 작품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죽음을 맞는 존재'라는 현실을 일깨우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작품에서 햄릿은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숨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인물이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햄릿 역을 맡은 배우가 직접 캠코더로 주변 인물을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면서 현대 인간들의 이중성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햄릿의 혼란과 불안을 극대화한 것도 그의 실험이다.
'오셀로', '인형의 집' 등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문제 의식을 표출해온 오스터마이어는 "(사회를) 관찰하는 데 있어 진정성을 담아내려고 노력하며 그것은 나뿐 아니라 모든 연극인들이 가져야 할 일종의 책무와도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