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구제금융 악령 이번엔 슬로베니아

은행권 부실대출 여파 추가 자금수혈 불가피
국채 금리 6% 돌파… 정부마저 자금 조달 난항


슬로베니아가 은행권 지원을 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여섯번째로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 보도했다.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럽안정화기구(ESM)을 통한 위기국의 국채매입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유로존 위기해소 방안에 합의했지만 위험국가 수는 오히려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슬로베니아 최대 은행인 '노바류블랸스카방카(NLB)'가 정부로부터 3억8,100만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NLB를 포함해 은행권 전반적으로 추가 자금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NLB는 정상적인 대출업무를 위해 5억유로 이상이 필요하며 슬로베니아 2위 은행인 노바크레디트나방카마리보도 자본확충 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방카비파는 5,000만유로를 조달하기 위해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슬로베니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NLB가 12억유로를 빌린 것을 비롯해 전체 은행들이 ECB에서 대출한 자금은 20억유로에 달한다.

슬로베니아 국채금리도 최근 6%를 돌파하면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은행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기도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야네즈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는 지난달 27일 EU 정상회의에서 "슬로베니아는 그리스와 유사한 시나리오로 갈 위험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방카비파의 한 애널리스트는 "은행권의 부실대출 현황을 감안하면 30억~35억유로가 필요하다"면서 "연말께 은행권 자본 재확충을 위한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네즈 수스테르식 슬로베니아 재무장관은 "은행권 문제는 국내 자금조달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구제금융 신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로베니아는 지난 2004년 EU에 가입한 후 2007년에 유로화를 도입했지만 이에 따른 수혜는 고사하고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를 기록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도 -2%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슬로베니아 정부가 은행권에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할 위험이 커졌다면서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슬로베니아 은행권 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36%로 다른 동유럽 국가들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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