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봄, 그린이 부른다] <싱글 에티켓> 인간미 있어야 진짜 매너

핸디캡·동전치기등 유혹 이끌리지말고
멀리건 요청해오면 수용하는 아량 필요


독자 한 사람이 따지듯 물어왔다. “시합도 아니고 아마추어끼리 뭐 그렇게 ‘칼 같이’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게 골자였다. 이 독자와 ‘합의’를 본 결론은 ‘이중잣대’였다. 앞서 몇 차례 언급됐던 내용이지만 자기한테는 철저하게, 상대방에게는 너그럽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철저한 골퍼가 멋있다. 중용에 신독이라는 말이 나온다. 군자는 혼자 있는 어두운 방에서도 어그러짐이 없이 삼가야 한다는 신기독야(愼其獨也)에서 비롯됐다. 아무도 보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속칭 알까기나 동전치기, 볼 옮기기 등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스코어도, 핸디캡도 속이지 말아야 한다. 더욱 멋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관대한 골퍼다. 상대를 향해서는 융통성과 인간미를 적절히 발휘하는 부류다. 예를 들어 ‘볼은 있는 상태 그대로 플레이 해야 한다’는 룰에 충실한다며 나이 든 골퍼가 깊은 러프나 위험한 산비탈에서 플레이 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을 훌륭한 에티켓이라 할 수 있을까. 또는 정중히 멀리건을 요청하는 동반자에게 ‘절대불가’로 맞서는 것이 옳다고만 볼 수 있을까. 룰과 에티켓은 게임의 질서를 유지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을 기억하자. 잘못을 벌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잊지 말자. 스스로 룰과 에티켓을 존중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는 그 근본 의도를 이해하는 골퍼가 진짜 골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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