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 크나큰 파장을 일으켰던 근로기준법 등 4개의 노동관계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의로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노사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고는 하나 현시국을 걱정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기 한량없다.불황의 여파가 서민 가계에까지 미치는 지금의 현실에서 국민들은 누구나 조속한 경제회복을 고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노사화합을 통한 산업평화가 중요한 관건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숱한 고난과 뼈아픈 진통이 결코 소모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산업평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알찬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사실 필자는 26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노사문제를 그렇게 심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 공직을 떠나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된 지 6개월이 되면서 그동안 경험하고 느낀 노사화합의 중요성은 매우 값진 것이었다.
다행히 당사의 노동조합은 협력과 화합을 모토로 회사발전이 곧 직원의 발전임을 인식하고 앞장서서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본인을 비롯한 회사 경영자들은 회의 때마다 심기일전하여 열린 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하곤 한다.
생산성을 제고하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노사화합을 통한 산업평화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은 노사 양측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대화보다는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는 일부 기업의 노사관계를 보면 국민들과 함께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노조 분회장 및 노조 간부들과 회합을 갖는 자리에서 술 한잔 나눠 마시며 마음 속에 있는 서로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해본 적이 있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면서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간의 서먹함이나 서운함은 모두 상호간 이해부족이라는 작은 틈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연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이른바 노와 사가 마음의 가교를 놓게 된 것이다. 이후부터 노사는 대립적 관계라는 틀을 깨고 경영 전반에 대하여 노조대표와 스스럼없이 의견을 교환하게 되었고 그 결과 매사 별다른 불협화음 없이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또한 얼마전 필자는 합작법인과 사무소 개설을 위해 필리핀과 일본을 방문하는 길에 노조위원장과 합께 해외를 다녀온 적이 있다. 열린경영, 노사가 하나되기 위해서는 노조 대표가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비록 짧은 경험이지만 진실된 노사관계란 특별한 비책이 있기보다는 회사 발전이라는 공통된 인식 아래 노사가 서로를 존중하며 마음을 열고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올바로 정립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는 회사의 직원들과 노동조합에 한없는 경의와 감사를 표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