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대륙의 빗장이 활짝 열렸다. 지난 78년 개혁·개방노선을 선언한 이래 11년 만의 일이다.중국이 무역자유화와 시장주의라는 글로벌 기준을 전면 수용함에 따라 산업계 전체가「메가 체인지(대변혁)」의 물결에 휩싸이게 됐다. 이로써 자본주의식 적자생존의 냉혹한 원리가 중국에 휘몰아칠 전망이다.
또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지구촌 마지막 황금시장인 중국을 놓고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일·유럽의 3파전 양상이 예견된다. 중국과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도 물러설 수 없는 격전을 치러야 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무역자유화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산업체질을 튼튼하게 다지는 효과를 낳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봇물처럼 터지면서 합작기업이나 외국기업의 영향력도 그 어느때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17일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개혁정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신용등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내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산업은 이번 협상의 혜택을 가장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 텔레콤이 독점해온 통신산업의 재편이야말로 중국 산업구조 변화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벤처기업들도 첨단기술력과 자본유치를 통해 차세대 중국을 이끌어나갈 주도산업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경쟁력이 취약한 국영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대거 몰락과 함께 농업 부문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와 석유회사들은 가장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의 파고에 휩싸일 전망이며 이로 인해 실업문제가 사회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
이같은 중국의 산업환경 변화에 맞춰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기업들도 현지생산 확대, 지분조정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AT&T는 이번 협정을 중국의 인터넷 시장 진출을 위한 첫걸음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인텔·AOL 등은 최근 중국어 사이트를 개설하고 전자상거래에 뛰어들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GM도 15억달러를 들여 현지공장을 건립, 올해 3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기로 하고 현지실정에 맞는 신차를 개발할 예정이다.
포드는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2005년 280만대, 2010년에는 450만대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드는 그동안 100%에 달하는 높은 관세장벽에 부딪쳐 90년대 들어 불과 1만5,000대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또 보잉사는 향후 20년간 중국시장의 매출액이 1,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판단하고 필 콘디트 회장의 중국방문까지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도 미국측에 뒤질 것을 우려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일본전신전화(NTT)는 최근 중국에 엔지니어링 회사를 설립, 미·중 해저케이블 건설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중국진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미·중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데다 중국측의 이행약속이 확보돼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상범기자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