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장벽 높아지나

고용문제가 올해 미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각되면서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현재 집권당인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급격한 일자리 감소가 미국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 때문이라며 자국 시장의 빗장을 걸어 잠그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선두 주자인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현재의 대량 실업 사태는 지난 1993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때문이라며 집권시 원점부터 재협상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NAFTA는 그 동안 미국 정부가 주창한 자유무역 정책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거론돼 왔던 것으로 이 같은 NAFTA 재협상 선언은 미국 대외 경제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에드워즈 후보는 NAFTA 문제가 대선후보 경선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오는 3월 2일의 `슈퍼 화요일` 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보호무역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케리 후보도 에드워즈 후보처럼 NAFTA의 전면 폐기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일자리 확보를 위해 NAFTA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 값싼 일자리를 좇아 미국기업이 중국ㆍ인도 등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전 기업에 중과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도 높은 보호무역 기조를 시사하고 있다.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도 그레고리 맨큐 백악관 경제자문 위원장이 미 기업의 생산기지 이전은 미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가 지지율이 급락하자 서둘러 대외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호주와 타이 등 이라크전에서 미국을 지지했던 나라들에 대해 NAFTA와 유사한 협정체결을 제의했다가 최근 들어 경제문제와 노동자들의 실직 문제에 대한 논쟁이 제기됨에 따라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이후 23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며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일자리를 잃어버린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무역담당 전문가인 게리 후프바워는 NAFTA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 졌다기보다는 지난 2001년 경기침체 이후에 이뤄진 생산성 향상과 이에 따른 기업들의 고용 기피현상으로 이 같은 대량실업 상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무역 옹호와 미국 일자리 보호 사이에는 정치적 긴장이 있어 왔으며, 이번 대선에서 다시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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