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에서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점차확산되면서 각 계파도 물밑에서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실현될 경우 각 계파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당내역학관계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합에 따른 각종 파급효과를 미리 분석하고 대처하자는 것이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과 가까운 의원들의 경우 통합 찬성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특히 정 장관이 내년 2월로 잡힌 전당대회에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 사이에서 찬성론이 더욱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과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누가 당 의장으로 당선돼 지방선거를 치르더라도 참패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친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태로는 선거를 치르기가 불가능하다"며 "수도권과 호남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석도 있다.
한 의원은 "한국에선 기본적으로 보수세력이 40%, 개혁세력이 40%"라며 "기본적으로 개혁세력이 결집하지 않는다면 백전백패"라고 말했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호남이 주류를 이루는 민주당 출신 대의원들이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전북 출신인 정 장관쪽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야파에서도 통합론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가 많이 탐지된다. 친 김근태계의핵심 멤버로 분류되는 문학진(文學振)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리틀 김근태'로 불리는 이인영(李仁榮) 의원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연정에 맞서 민주당과의 소연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개혁연정'을 주장했던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재야파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통합이 성사될 경우 호남 대의원 표심의 향배에 우려를 표하는 측도 있지만 한 초선 의원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도 공공연하게김 장관에게 정치인으로서의 존경심을 표시했고, 민주당 성향도 재야파와 가깝다"며"우리당이 민주당과 통합할 경우 김 장관이 상당한 추진력을 얻게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당내 친노세력을 대표하는 참정연은 통합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광철(李光喆) 참정연 대표는 "단순한 표계산에 따라 지역간 연합을 통해 선거에 승리하겠다는 발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분당한 직후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을 제시하면서 17대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우리당과 민주당이 합당할 경우 참정연의 세력기반으로 볼 수 있는 기간당원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참정연이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것으로 보인다.
통합론에 대한 찬반 입장은 계파별 뿐 아니라 지역별로도 다소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광주.전남과 호남유권자들이 많은 서울과 수도권을 지역구로 삼는 의원들은 계파에 상관없이 통합론에 적극적인 반면, 영남권을 포함한 그 외 지역 의원들은 통합론에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통합론을 가장 먼저 제기한 염동연(廉東淵) 의원은 호남이고, `민주세력재통합론'을 주장한 임종석(任鍾晳) 의원, 친노직계 의원 가운데 통합 찬성파인 의정연구센터 소속 이화영(李華泳) 의원은 수도권이다.
반면 부산이 지역구인 조경태(趙慶泰) 의원은 "과거 정치로 돌아가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