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장애물은 우리 자신… 남과 비교 않는 훈련해야만 삶의 기쁨 누릴 수 있죠

'인간이라는 직업' 펴낸 철학자 졸리앵을 만나다
제대로 된 인간은 만들어 지는 것
명상 통해 본인의 진짜 모습 찾고 정신적 교감 나누는 친구 있어야
내면의 행복 발견할 수 있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스위스의 저명한 철학자인 알렉상드로 졸리앵(사진)은 행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다른 철학자들과는 다른 궤적의 삶을 살아 왔다. 탯줄이 목에 감겨 질식사 직전에 태어나면서 원치 않게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장애로 인해 한 때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불행한 삶을 살았다.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었지만, 한 때 그 행복을 막은 것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졸리앵의 말은 우리에게 울림이 돼 돌아온다.

국내에서 최근 출간된 '인간이라는 직업'의 저자이자 한국에 체류하며 선수행(禪修行)을 하고 있는 알렉상드로 졸리앵을 마포구 자택에서 만났다. 신체적인 장애 탓에 말이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반갑게 기자를 맞이한 그는 또박 또박 본인의 생각을 기자를 대신해 통역을 맡아 준 번역가 임희근씨에게 전달했다.

그는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교하지 않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 제목을 '인간이라는 직업'으로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직업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이 사회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한 가지 일에 종사하는 지속적인 사회 활동을 말한다.

그러나 졸리앵은 인간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끊임 없이 기술을 연마해야만 직업을 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훈련을 통해 사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훈련의 최종 목적은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그가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라고 강조한 이유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경우 제대로 된 인간이 되지 못해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졸리앵은 인간이라는 직업을 잘 수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신적 수련과 정신적 친구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명상을 통해 본인의 진짜 모습을 찾는 선수행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졸리앵은 지난 2010년 우연히 스위스에서 서명원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가 라디오에서 선수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의 철학에 반해 머나 먼 이국땅으로 망설임 없이 왔다.

졸리앵은 "그리스 철학에서는 우리는 모두 해방돼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명상 수행이라는 게 편견에서 자신을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하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나 아닌 타인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의 행복 자체가 다른 사람의 관계에서 구축돼 가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을 경쟁의 시각에서 본다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다. 타인과의 관계라는 게 결국 내적 성장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통을 겪는데, 정신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이겨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졸리앵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는 방법 밖에 고통을 이겨 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면서도 "좋은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감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졸리앵에 따르면 내가 너무 힘들 때 오히려 위안을 받아야 할 친구에게 위로를 해줄 경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정신적 진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졸리앵에게 한국은 쉽게 떠나기 힘든 장소다. 자신을 환대해 준 한국이 고맙다고 말하는 졸리앵은 독자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행복은 자기 자신의 깊은 곳에 있는 것이다. 그리로 가는 길은 남들과 함께 일상을 잘 사는 것. 남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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