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CMA 대세론 유감

최근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자산관리계좌(CMA)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지난해 9월 말 5조원을 갓 넘었던 CMA 잔액은 매달 1조원 이상씩 늘어나 이제 12조원 규모를 바라보고 있다. 계좌 수도 지난해 9월 100만개를 넘어선 이후 이제 200만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같이 급증한 데는 CMA가 증권계좌에 자산관리 기능과 입출금, 자금 결제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결합해 편리성을 높였다는 점 이외에도 하루만 맡겨도 연 4.5%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점이 부각된 이유가 크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눈부신 성장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선 계약자에게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여기에 CMA의 대부분은 증권사가 환매조건부채권(RP)을 운용해 나온 수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형태인데 증권사가 제시하는 수익률은 RP 운용으로 근근이 맞추는 형편이다. 증권사가 RP를 판매하면 그만큼의 담보채권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 비용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 부담을 안게 된다. CMA 고객을 더 많이 끌어들일수록 RP 담보채권 규모는 늘고 증권사 부담도 커지게 되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출혈’을 감내하고 CMA에 나서는 이유가 앞으로 자본시장 통합을 대비해 고객을 많이 확보해 훗날 새로운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최근 너도나도 CMA를 외치는 것을 지켜보면 ‘대세니까 어쩔 수 없이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증권사들은 3~4년 전 주식위탁매매 위주에서 투자은행(IB)이나 자산관리 분야로의 수익구조 전환이 화두로 부각되자 양질의 서비스 개발 대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한다는 미명하에 채권 인수나 기업 인수합병(M&A) 중개시장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에만 치중한 바 있다. 요즘 CMA 고객 유치경쟁이 도를 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제 살 깎기’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수익성이 없다’며 CMA를 미뤄왔던 대형 증권사 한곳도 결국 대세를 좇아 CMA 서비스를 이달 내 내놓기로 했다. 차별화된 수익 모델로 글로벌 IB들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증권사의 탄생을 기대하기까지는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