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난투 속으로

제3보(21∼40)



과연 이세돌이었다. 언제나 변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좌하귀를 외면하고 흑21로 붙였다. 이렇게 되면 이창호도 칼을 뽑지 않을 수 없다. 30초를 생각하고 백22에 끊었다. 흑23 이하 27은 예정된 수순. 일찌감치 공중전이 벌어졌다. 이런 전투는 이세돌의 전문 영역이다. 웬만해서는 난투를 지향하지 않는 이창호를 난투의 한복판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으니 이세돌의 작전이 일단 맞아떨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이 전투가 정말 흑에게 유망하다는 건가? 도리어 흑이 부담스러운 전투 같기도 한데…. 애초에 좌하귀 방면을 흑이 곱게 잇고 두는 게 뭐가 어때서?"(필자) 목진석은 대답 대신 참고도1의 흑1과 백2를 놓아보였다. 백2가 너무도 기분좋은 수순이 된다는 얘기였다. 그런 스타일의 바둑이 되어서는 흑이 덤을 내는 게 부담스럽다는 설명이었다. 백30은 이창호류. 목진석은 참고도2의 백1로 공격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흑2가 놓이면 중원쪽 백도 허공을 헤매야 한다. 이창호는 언제나 안전을 먼저 돌보는 사람이다. 흑31은 공수 겸용의 절호점. 백32 역시 그에 못지않은 즐거운 수순이다. "백40까지는 이렇게 되는 자리입니다."(목진석) "어는 편이 유리한 거여?"(필자) "아직은 유불리를 논할 단계가 아닙니다. 잘 어울린 바둑이에요. 흑이 선착의 효를 그런 대도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되겠네요."(목진석) '선착(先着)의 효(效)'는 문자 그대로 먼저 둔 효과라는 말이다. 일본의 평론가들이 쓰던 말인데 지금은 한국의 청소년 기사들도 다 이 표현을 즐겨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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