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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A공제회는 45억원을 투자하면 15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임펀드에 투자했다가 19억6,900만원의 손해를 봤다. 공제회는 펀드 상품을 설계·운용한 B자산운용이 "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운용에도 잘못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공제회는 여러 대형 로펌에 소송 대리를 의뢰했지만 "승소 가능성이 낮다"며 번번이 거절당했다. 하지만 법무법인 민은 이 사건을 분석하자마자 자산운용사의 치명적인 실수를 꿰뚫어 봤다.
해당 펀드의 투자 대상은 한국 게임업체와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가 함께 웹게임을 개발해 북미 지역에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게임을 상용화하면 미국 기업에서 지급하는 게임개발비와 서비스 수수료가 투자자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개발 과정의 오류로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미국 기업이 계약을 파기했고 이는 곧바로 공제회의 손해로 이어졌다.
민은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판매할 때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 거의 없다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해지되더라도 150만달러의 위약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자산운용사의 설명은 명확한 근거가 없는 얘기였다. 또 펀드에는 판권 계약이 무산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부족했고 자산운용사는 이를 간과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3년 10월 민의 논리를 대부분 받아들여 손해액 30%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기관 투자의 경우 배상률이 10%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민의 승소 사례는 법조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법무법인 민은 2010년 문을 연 신생 로펌이지만 3년 만인 지난 2013년에 매출액 100억원을 넘길 정도로 급성장했다. 검찰 검사장 출신 민유태(59) 대표변호사를 중심으로 검사와 판사, 경찰 등 풍부한 경력을 갖춘 변호사들이 두루 포진하고 있다. 특히 금융·증권 분야에서는 웬만한 대형 로펌 못지 않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는 그동안 민이 해결한 사건의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 키코(KIKO·환율 변동과 연계해 수익을 거두는 파생상품) 사건과 유사해 눈길을 끌었던 '에쿼티 어큐뮬레이터'(equity accumulator)사건이 대표적이다. 2008년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었던 키코 사건의 경우 2013년 대법원은 투자자가 아닌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에쿼티 사건도 투자자가 불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민은 투자자를 대리해 40%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내 시장의 예측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민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에서 기소한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아 다수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사건을 맡았던 박성재 변호사는 "피고인의 복잡한 주식 거래 패턴을 철저히 분석해 주가 조작 혐의가 무죄라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한 게 주효했다"고 전했다.
민은 송무 뿐만 아니라 금융상품의 설계와 개발, 판매, 운용 단계에서부터 법적 자문을 제공하는 등 업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을 도와 국내 최초로 해외 선박 사모투자펀드(PEF) 상품을 출시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민 대표변호사는 "금융상품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금융 관련 범죄도 고도로 지능화되고 있는 터라 금융 법무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며 "풍부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들이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금융팀을 이끄는 박성재 변호사는 경영학 전공에 미국 법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으며 회계사와 검사, 변호사를 두루 거쳤다. 검사 시절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등에 근무하면서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사건 등을 수사하기도 했다. 역시 검찰 출신인 용응규 변호사도 예금보험공사 특별조사단 조사국장과 광주지검 특수부장 등을 거치면서 전문성을 쌓았다. 윤승희 변호사는 대형 회계법인 이사와 신용평가사 팀장을 거친 금융 전문가다.
민은 금융 외에 부동산과 지적재산권 분야에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법정관리·파산 등 분야에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 출신인 이용운 변호사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지적재산권팀의 오수원 변호사는 특허청 수석심사관·고문변호사, 무역위원회 지적재산권 전문위원 등의 경력을 자랑한다.
민 대표는 "기존의 강점인 금융과 부동산, 지재권, 의료 분야 등의 시너지를 통해 로펌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라며 "소속 변호사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도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시장 어렵지만 우수인재 투자 아끼지 않을 것" 민유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민은 설립 5년 만에 변호사(변리사 포함) 수를 29명까지 늘렸다. 신생 로펌은 자금력이 부족해 인력을 늘리는 데 소극적이고 대형 로펌에 인재를 뺏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의 성장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이 단순히 덩치만 키워온 게 아니다. 인력의 질도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25년간 검찰에 몸담으면서 병역 비리와 공적자금 비리 수사 등에서 큰 성과를 거둔 민유태(59) 대표변호사를 필두로 용응규, 정재호, 곽란주, 박성재 등 검찰 출신 변호사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 고태관, 박세희, 조현석 등 경찰 출신 변호사도 영입했는데 덕분에 수사 단계에서부터 충실한 법적 대응이 가능해 의뢰인들의 만족도가 높다. 경찰 출신 변호사들은 지난해 방송인 에이미의 프로포폴 재투약 의혹 사건을 맡아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기도 했다고 민 대표는 귀띔했다. 이밖에 법원과 방위사업청, 특허청,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경력을 갖춘 변호사들은 물론 대형로펌에서 이적해 온 변호사들도 여럿 있다. 이는 '사람 투자를 아까워했다가는 발전이 없다'는 민 대표 철학의 결과물이다. 민 대표는 "2010년 민을 세울 때부터 구성원이 조직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는 신조를 지키고 실천해왔다"며 "변호사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채용하는 데는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남부럽지 않게 우수 인재를 확보해 온 민 대표도 갈수록 인재 영입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하면서 대형로펌과 중소로펌의 양극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민 대표는 "어떤 업계나 중소기업이 탄탄해야 전체 시장의 경쟁력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며 "법조계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He is… 1956년 경기도 김포 △서울 중경고, 연세대 행정학 △사시 24회(사법연수원 14기)△2005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2006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2007년 대구지검 1차장검사 △2008년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2009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2009년 전주지검 검사장 △2010년 법무법인 민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