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관련된 유언비어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유언비어 확산차단에 나섰지만 정작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주변에서 들은 정보를 답답한 마음에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 의견을 교환하다가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와 법조인들은 단순한 허위사실일 경우 처벌할 수 없으며 개별 사안마다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 등이 이번 메르스 감염과 관련된 허황된 이야기를 온라인 게시판 등에 적시했다고 하더라고 당국이 모든 경우를 처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선 단순한 허위사실을 적었을 때 처벌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중동 지역에서 메르스 감염자의 치사율이 약 40%에 육박한 상황에서 한 인터넷 사용자가 온라인 게시판에 '중동 지역 메르스 감염자의 90%가 사망했다. 정말 위험하다'는 식의 글을 적었을 경우가 단순한 허위사실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 '40'이라는 수치를 '90'으로 잘못 적시했다고 해서 국가의 형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이같이 단순 허위사실 적시에 대해 처벌할 수 없게 된 것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에 대한 갖가지 논쟁을 일으켰던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 때문이다. 당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다음 아고라에 리먼브러더스 부실과 환율폭등 등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비관적인 경제 추이를 예견하는 글을 실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당시 검찰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전기통신기본법(이하 전기통신법) 제47조 1항 위반으로 박씨를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박씨가 허위사실임을 알지 못했을 뿐더러 '공익을 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박씨는 자신을 옥죄었던 전기통신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요청했고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같은 단순 허위사실을 넘어 허위사실의 적시가 누군가에게 해악을 끼쳤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가령 '특정 병원(병원 이름 적시)에 메르스 감염자가 있었는데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식의 글을 적었을 경우는 처벌대상이 된다. 잘못된 정보로 이 병원은 유무형의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특정 병원에 대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아울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도 있어 업무방해죄도 적용이 가능하다. 단 명예훼손죄의 경우 현행 형법에서 반의사불벌죄, 즉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 국가가 나서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청 관계자는 "메르스와 관련된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시민들이 더 불안해지게 된다"며 "근거 없이 떠도는 낭설에 현혹되지 말고 자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