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이강환 대한생명 회장

대한생명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재탄생시킨 국내 최초의 국영보험사다. 李회장은 지난 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李회장은 『국내 보험업계는 그동안 외부 변화에 둔감하고 경직돼 있었다』며 『세계적 추세인 방카슈랑스를 비롯한 첨단 기법을 적극 도입해 경쟁력을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_축하합니다. 대한생명 직원들도 외길 보험인생을 걸어오신 李회장께서 경영을 맡은데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경영일선에서 너무 오래 떠나 계신 탓에 감각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30년을 보험만 보고 걸어왔고, 자신이 있습니다. 지금 대한생명은 동요하던 직원과 조직을 안정시켜 영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봅니다. 개인영업은 문제가 전혀 없어요. 자산운용 쪽이 문제입니다. 가급적 빠른 시간안에 국내외 자산운용 전문가를 새로 모실 계획입니다. 자산운용 전문회사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할 겁니다. _부실 계열사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계열사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우선 실사를 다시 합니다. 부실사는 빨리 정리해야지요. 그러나 살릴 계열사는 유지하겠습니다. 계열사를 매각해 대한생명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면 매각할 겁니다. 대한생명이 잘 되는 방향으로 계열사 구조조정을 할겁니다. _보험은 영업이 최우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계열사 부실대출로 영업 부문이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조직을 안정시킬 특별한 방법은 있습니까. 개인영업은 괜찮아요. IMF체제 이후 많이 이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안정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문제는 법인영업인데, 지난달부터 안정세로 돌아섰습니다. 국내 유일의 국영보험사라는 이점을 살려 영업을 강화해 나간다면 큰 문제없이 잘 될 것으로 봅니다. 저는 단체모집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 종퇴보험 시장을 휩쓸었던 적이 있어요. 밥값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_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공적자금 투입과 구조조정은 함께 이뤄졌습니다. 형평성 차원에서 정부쪽에서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직원들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필요없는 기구와 조직은 당연히 없애야지요. 보험조직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먹습니다. 생산성이 낮으면 자동적으로 쇠퇴됩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필요없습니다. 오히려 더 뽑아야죠. 상층부 조직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감축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빠른 시간에 영업이 정상화가 되고 성장한다면 특별한 구조조정은 필요없다고 확신합니다. _6월말 현재 지급여력비율이 마이너스 4,000%를 넘습니다. 부실자산비율도 26%대입니다. 2002년까지 지급여력비율을 70%까지 높여야 되는데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2조원의 공적자금만 투입되면 3년내에 지급여력비율을 0%대로 맞출 수 있다고 계산했습니다. 영업을 확대해 수입보험료 성장율을 15%대 전후로 높이면 5년 안에 완전 정상화 될 것으로 봅니다. 지급여력비율이 0%대가 되는 내후년 정도에 코스닥에 등록해 정상화 시기를 앞당길 생각입니다. _지난해 수입보험료가 38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업확대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생보사 전체로는 수입보험료가 줄었습니다. 구조조정과 IMF 등 몇가지 변수 때문에 그렇게 됐습니다. 하지만 교보·삼성 등 이른바 빅3는 오히려 성장했습니다. 생보사 구조조정이 끝나는 내년에는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_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조직을 활성화시킬 묘안은 있습니까. 일선 개인영업 조직은 생기를 불어넣으면 됩니다. 계약이 늘면 보험료도 많이 들어옵니다. 국영보험사로 방향이 정해진 후 단체계약이 10월에만 600억원이나 됐습니다.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을 때는 계약자들이 동요하면서 보험을 해약했지만, 지금은 국영보험사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조직이 안정되고 나면 오히려 보험수입이 큰 폭으로 늘 것으로 확신합니다. 계약실적을 올리는 건 쉽다고 봅니다. 문제는 어느 선까지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인데 일정 선 이상 올라가면 가속도가 붙지요. 지금 현금만 3,000억원 가량이 있습니다. 불법·부실대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유동성이나 영업을 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_대한생명 조직과 영업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뭐라고 보십니까. 개인조직이 무척 강해요. 그런데 자산운용 쪽이 문제라고 봅니다. 특히 빌딩을 너무 무리하게 지었어요. 외형으로 내세우기는 좋지만 빌딩을 크게 지으면 돈이 부동산에 묶입니다. 이자를 받을 수 없어요. 빌딩은 유동성에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당시에는 경기가 좋아서 그런대로 임대를 줬지만 장사를 제대로 한 것은 아니지요. 또 다른 약점은 새로운 제도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조직을 이끌고 나갈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_업계에서도 새로운 환경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설계사 중심인 영업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영업방식이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십니까. 대한생명은 전통적으로 조직과 설계사가 강하지만 영업조직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반드시 변해야 합니다. 판매비용을 줄이는 것도 급선무입니다. 때문에 방카슈랑스 같은 새로운 기법을 도입해 보험모집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도입할 생각입니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이나 전화판매도 크게 확대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주류는 아직까지는 설계사입니다. 생보사는 업종 특성상 갑자기 조직을 바꾸지 못해요. 지금의 장점을 살리면서 다른 한편으로 방편을 강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법을 개발해 기존의 판매방식과 조화시키는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외국에서도 인접 금융기관과의 제휴나 인터넷·텔레마케팅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 될 것은 국민 수준이지요. 보험산업이 고객들의 인식에 발맞춰 함께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_대한생명이 부실화된데는 오너의 독단경영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 직원들의 지적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직원들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런 문제점을 많이 들었습니다. 토의를 통해 모든 종업원의 뜻을 모으는 경영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직장생활하는 사람은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항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윗사람의 지시가 온당하고 회사에 이익이 된다면 그 지시를 철저히 따라야겠지만 회사의 장래에 해를 끼치는 지시라면 불복하는 용기가 있어야지요. _매각작업이 세차례에 걸쳐 무산되면서 직원들이 많이 지쳐 있습니다. 특별한 사기진작책은 있습니까. 사기를 올리는데 자신있습니다. 직원들이 사기는 인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조금만 북돋워주면 잘 될 겁니다. _최근 인터뷰에서 대한생명의 해외매각이 필요없다고 하셨는데, 해외매각이라는 정부의 방침과 다른 것 아닙니까. 지금 매각방침을 거론하면 직원들이 불안해 합니다. 공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외매각은 차선책이지 최선책은 아니지요. 문제는 공적자금을 회수입니다. 정상화가 이뤄지면 코스닥 등록을 통해 공적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_내년이면 현대·LG 등 대우를 제외한 5대 재벌이 생보업에 뛰어듭니다. 내년도 생보시장 전망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5대 그룹이 모두 진출해도 내년까지는 기존의 빅3 체제에 변화가 없을 겁니다. 상황은 물론 많이 바뀌겠지요. 부실사들은 퇴출되고 제일·국민생명은 외국사로 전환하는 등 판도변화는 자명합니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배당을 많이 하느냐, 어느 회사가 크고 튼튼하냐로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빅3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작은 회사는 특화전략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푸르덴셜과 같은 전략이 필요합니다. 대담= 崔性範 금융부장SBCHOI@SED.CO.KR 정리=우승호기자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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