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발목 잡는 국회

민주 "대기업 특혜" 외투법 개정 반대
SK·GS 2조3000억 투자 무산 위기

SK그룹과 GS그룹의 2조3,000억원 규모 투자에 물꼬를 터줄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이 지난 6월 국회에서 좌초된 데 이어 정기국회에서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투자가 아예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 파행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외투법 개정을 “대기업 특혜”로 규정하며 완고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인 SK와 GS는 각각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가 외국계 기업과 합작해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SK는 2011년 총 9,600억원을 투자해 일본 JX에너지와 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을 연간 100만톤씩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울산에 짓기로 했고 GS 역시 지난해 일본 쇼와셀∙다이요오일과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여수에 SK와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를 두려면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해 외국계 기업 등과의 합작투자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규제 전봇대를 뽑아 기업투자를 확대하기로 하고 외투법에 예외를 두기로 했다. 지주사 내 손자회사가 외국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할 경우 증손회사의 최소 지분율을 50%로 완화하기로 한 것.

하지만 6월 국회에서 외투법 개정은 민주당이 “투자확대를 빌미로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딴죽을 걸어 무산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울산을 방문해 기업인들에게 “9월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야가 대치 중인 정치권 상황과 별개로 법안 처리 환경만 봐도 외투법 개정은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은 대기업 특혜 논리에 더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인 공정거래법을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외투법을 개정, 누더기로 만든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당 정무위원 일부도 이 같은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회의 상원으로 불리는 법사위의 박영선 위원장이 외투법 개정에 강경한 반대입장을 나타내 산업위를 통과해도 본회의 상정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화공장은 수급 타이밍이 중요해 설립허가가 늦어지면 사업이 아예 무산되거나 중국 등 해외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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