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도발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쓴 저자는 로저 코먼. 코먼은 미국에서 B급영화의 대부로 알려진 영화 감독이다. 그는 모두 300여편의 영화를 제작해 280편에서 이익을 남기는 기록을 세웠다.흔히 할리우드의 영화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그러나 메이저급 영화사에나 이런 말이 통하지 독립영화가 이익을 남기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 그렇다면 로저 코먼은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는가.
그는 영화 한 장면을 찍을 예산으로 영화 한 편을 만들수 있고, 이틀만에 영화 한 편을 찍기도 하며 세트를 버리기 아까울 때는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찍기도 한다. 그는 제작비를 선금을 받고 회수할 줄 알며 배급사로부터 선금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영화를 만든다고 얘기해야 되는지 안다.
코먼이 B급영화에서 성공한 이유를 어떻게 보면 사기같아 보이는 이같은 사례에서만 찾을 수 있을까. 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그는 50년대말 잭 니콜슨 주연의 「공포의 구멍가게」란 영화를 다른 영화에서 쓰고 남은 세트장을 이용해 이틀만에 촬영을 마쳤는데, 이 영화는 대학에서의 심야상영, 재상영 전문극장, 비디오 대여점, 그리고 각색된 무대공연과 리메이크 영화 등으로 30년 이상 살아남았다.
이 영화가 이처럼 성공을 거둔 이유는 코먼이 블랙 코미디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좀더 냉소적이고 어둡고 심술궂은 유머를 가진 아주 새로운 형태의 영화를 만들어낸 것.
또 불과 수십만 달러를 들여 66년에 개봉한 피터 폰다 주연의 「와일드 엔젤스」는 1,000만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렸고 베니스 영화제 오프닝 작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폭주족들의 생활을 파괴적으로 그린 이 영화에서 코먼은 카메라 워크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다큐멘타리 수법으로 촬영했는데, 유럽의 평론가들은 저예산 영화중 가장 기술적으로 숙달된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코먼은 실재 폭주족들을 영화에 출연시켰는데, 촬영기간 내내 경찰들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
로저 코먼이 영화에서 성공한 노하우는 그대로 벤처기업이 황무지에서 이익을 남기는 대원칙과 통하며 불가능에 도전하는 개척정신의 정수라 평할만 하다.
코만은 특정 주제의 영화가 먹혀들 시기에는 초단기간에 몇 가지 시리즈를 제작하고 빠진다. 또 하루에 30페이지 이상의 시나리오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준비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한 장면이 끝난 후 『수고했어요』하는 것에 단 1초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촬영중 등장인물의 성격에 대한 토론 따위를 용납할 수 없었음은 당연하다.
마틴 스콜세지, 피터 폰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잭 니콜슨등이 모두 코먼과 함께 영화일을 시작한 인물들. 그러나 코먼은 『메이저 영화사는 숨막히는 곳』이라며 독립영화 제작자의 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이 책은 얼핏 철저한 장사꾼처럼 보이는 한 영화감독의 경험을 통해 치밀한 경제적 계산과 창의력으로 문화산업에서 성공을 거두는 비결을 가르쳐준다. 열린책들 펴냄. 1만2,000원.
이용웅기자YY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