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노조 한국기업 고발 가능

한미 FTA협상단 '공중의견 제출제' 도입 잠정합의
노동법집행 미흡땐 상대국서 문제제기 허용
타결땐 대기업은 물론 중기에도 엄청난 부담


4차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 발효되면 미국 노조가 한국 기업을 노동법 위반 등으로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된다. 고발사건에는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노조가 없는 삼성 등 대기업은 물론 노동조건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노사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 FTA 4차 협상 나흘째인 26일 양국 협상단은 노동 분과에서 ‘공중의견제출제도(PCㆍPublic Communication)’ 도입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 협상단의 한 핵심관계자는 “미국이 제한한 PC를 도입한다는 데 양국간 의견접근이 이뤄졌다”고 확인했다. PC는 노조나 시민단체 등 일반 공중(公衆)이 자국이나 FTA 상대국에서 노동법이 효과적으로 집행되지 못할 경우 정부를 상대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이 노동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 노조 등이 미 정부에 이를 고발하면 미 정부는 다시 이를 한국 정부에 제기, 법 집행을 압박할 수 있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PC 고발사건이 양국간에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별도의 중재 패널을 두고 그 결과에 따라 벌금부과까지 하자”는 미국 측 요구는 (우리가)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PC 도입 자체만으로도 재계에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노동법 보호수준은 선진국보다 높지만 이행수준은 낮아 법과 현실간 괴리가 크기 때문에 민주노총 등이 관련 사안마다 미국 측 노조와 연대해 기업을 궁지로 몰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도 “PC가 도입되면 국내 노동 문제가 정부간 분쟁으로 번지고 여론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며 “PC는 기업들에 과도한 노동 및 부대비용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발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국내 노동법의 투명한 집행여건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PC 도입을 반기며 미국 측이 요구하는 별도의 분쟁해결 절차 및 벌금부과제도 역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C 도입과 맞물려 지키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가진 국내 노동법을 차제에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미국은 노동법 기준이 현실적이고 낮아 법과 현실이 명실상부하기 때문에 PC가 도입돼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제도와 현실간의 괴리로 우리 정부가 엄청난 행정비용을 치르지 않으려면 노동법을 이행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C제도는 ◇퍼블릭 커뮤니케이션(PC)=협정에 따라 양국 노동단체 및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일반국민도 특정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상대 정부에 요청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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