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출범 1주년

빠른 의사결정·과감한 투자… 컨트롤타워役 빛났다
경영진단·감사 통해 청렴 조직문화 구축… 계열사 경쟁력 강화
대규모 투자 신사업 성과 도출은 과제로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24일로 출범 1주년을 맞았다. 미래전략실은 지난해 11월24일 첫 사장단회의를 개최한 이래 1년 동안 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답게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조직기강을 엄정히 세우며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데 앞장서왔다. 특히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이 회장을 보좌하며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전략실의 성과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빠른 의사결정이다.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사업에서 완전 철수하기로 하고 삼성전자 등 9개 계열사가 보유한 아이마켓코리아(IMK) 지분 58.7%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 한 예다. 대기업의 MRO사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에 발 빠르게 지분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과감한 투자도 미래전략실이라는 컨트롤타워 때문에 가능했다. 새만금에 대한 대규모 투자 결정과 신사업 추진 결정이 대표적이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오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차로 7조6,000억원을 투자해 풍력발전기와 태양전지 생산기지, 그린에너지 연구개발(R&D)센터 등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계열사 경쟁력 강화에 일조한 점도 돋보인다. 특히 삼성테크윈의 비리 사태 이후 지속적인 경영진단과 감사 등을 통해 조직에 청렴문화를 체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결실이다. 또 삼성의료원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외부 컨설팅과 자체 경영진단을 벌인 결과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추진단장으로 보내 경영혁신에 시동을 건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의료원에 대한 이 같은 조치는 삼성서울병원은 물론 계열사의 바이오ㆍ헬스케어사업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에서 향후 성과가 기대된다.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는 등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삼성이 M&A에 보수적이었다면 미래전략실 출범 이후에는 과감한 M&A를 통해 그룹 체질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과 프로소닉 인수 등이 이른 시일 내에 결정된 것은 미래전략실이 있어 가능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다만 신수종사업에서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은 미래전략실이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태양광사업의 경우 삼성전자에서 삼성SDI로 넘어간 뒤에도 삼성SDI에서 지난 3ㆍ4분기 3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또 삼성LED는 자체 회생보다는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통해 TV사업의 부품 부문으로 의미가 축소될 조짐이다. 2차 전지와 바이오ㆍ제약 부문에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래전략실의 한 관계자는 "신사업 부문에서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지금 당장 성과가 나온다면 그건 이미 신수종 사업이 아니다"며 "신수종 사업은 미래 10년을 위한 사업인 만큼 초기에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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