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불붙은 금리조작 파문이 독일과 일본 등 전세계 금융시장에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금융당국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에 6억1,2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금리조작에 연계된 것으로 파악된 트레이더 5명을 정직시켰다. 일본도 티보(Tiborㆍ도쿄 은행 간 금리) 결정과정에서 은행들이 카르텔(담합)을 형성했다는 고발이 제기되는 등 지난 수년간 금리조작이 판을 쳤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각국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는 20개 안팎의 금융기관 가운데 실제로 '매'를 맞은 것은 아직 3개 은행에 불과해 앞으로도 금리조작 스캔들은 당분간 세계금융가에 길고 짙은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금리조작 스캔들이 영국과 독일ㆍ일본 등 3개국을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본토에서는 도이체방크가 금리조작에 연계된 것으로 파악된 트레이더 5명을 정직시켰다. 도이체방크는 이미 지난 2011년 자체조사를 통해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과 관련된 트레이더 2명을 해고했지만 이번에 유리보(Euriborㆍ유럽 은행 간 금리) 조작 혐의가 추가로 드러남에 따라 이에 관련된 현금 트레이더들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독일 금융감독청(BaFin) 등 독일 금융당국이 유리보 조작에 대한 집중 조사를 벌이는 와중에 내려졌다. 유리보는 도이체방크 등 6개 독일 은행들을 포함해 약 40개에 달하는 역내은행들이 벤치마킹하는 기준금리다.
리보 조작 스캔들의 진앙지인 영국에서는 이날 RBS가 리보 조작사실을 시인하고 6억1,2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당국과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RBS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3억2,500만달러, 미 법무부에 1억5,000만달러, 영국 금융청(FSA)에 1억3,700만달러를 각각 물어야 한다.
이날 RBS에 대한 벌금부과는 영국 바클레이스, 스위스 UBS에 이어 세번째로 이뤄진 것으로 금액은 UBS(15억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일본금융시장도 금리조작 스캔들의 주요 무대로 떠올랐다. FT는 유명 파생상품 트레이더인 다카타 히데토가 이달 출간하는 첵에서 일본 은행권이 2008년부터 국내 모기지시장에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티보를 높게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전했다. 그는 "엔화로 돈을 빌릴 때 기준이 되는 티보와 엔화표시 리보는 이론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하는데 2009년 이래 티보가 엔 리보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금융청이 RBS 증권자회사의 도쿄지점에 대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조사를 벌여왔으며 금리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수일에서 최장 6개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RBS 도쿄지점에서는 2006년부터 4년 동안 몇몇 트레이더들이 금리를 조작해 이익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점 측도 이미 미 사법당국에는 조작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FT는 현재 최소 10곳의 글로벌 규제당국이 많게는 20개에 달하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하루 속히 이 문제를 매듭짓고 싶어하는 은행들의 바람과 달리 금리조작 파문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직원들의 금리조작 연루 혐의가 거론되는 은행들은 도이체 외에 씨티ㆍJP모건ㆍ로이드 등 다수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무대로 한 금리조작 외에 싱가포르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조작 사실이 확인돼 중앙은행들이 공동 대응을 위해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당국 관계자는 "싱가포르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 역내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협의를 하며 사태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곧 대응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