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군사개입으로 국제전으로 비화한 아프리카 서북부의 말리 사태로 미국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미국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준비하고 시리아 사태 개입을 자제하는 등 새로운 전선형성을 원치 않고 있으나 말리 사태를 방관할 경우 이 지역이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근거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11년 리비아 내전개입의 후유증으로 분쟁지의 군사개입을 꺼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무장 이슬람 세력이 리비아 벵가지 미국영사관을 공격, 크리스토프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해 4명의 외교관을 잃었다.
하지만 FT는 미국이 말리 사태를 방관할 경우 말리 북부지역이 알카에다의 피난처(safe haven)가 될 수 있어 워싱턴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리 북부지역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북아프리카지부(AQIM)는 나이지리아 북부지역 이슬람 무장세력에게 군사장비와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리 정부군과 내전을 벌이고 있는 투아레그족 반군도 알카에다의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유럽과 가까운 말리 북부에서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서방국가들의 테러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과거 미 정부에서 아프리카 문제를 담당했던 휘트니 슈나이드먼 전 부차관보는 "현재 미국은 새로운 분쟁에 개입하기보다 철수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말리의 위험함 상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미국의 난처한 입장을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3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후 말리 정부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말리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으나 이후 독립을 요구하는 투아레그족이 정부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해 3월 군부 쿠데타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반군이 북부지역을 장악했으며 이달 들어 내전이 심화됐다. 이에 프랑스가 군사개입을 시작했으며 아프리카 주변국들과 서방국가들도 지원의사를 밝히는 등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