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기소된 지 5개월 만에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는 17일 오전10시부터 이 회장과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처음 열린 공판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서면증거 조사 단계서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개인 차명재산을 관리한 이모 전 CJ그룹 재무팀장의 편지와 검찰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 회장이 자신의 차명주식을 불리는 것을 재무팀의 업무가치평가(KPI)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씨의 진술 등은 과장됐거나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이씨가 마치 자신이 모든 일을 주도한 것처럼 진술했지만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앞서 2,0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됐다.

이날 이 회장은 재판 시작 20분 전인 9시40분께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에 도착했다. 신부전증을 앓던 이 회장은 8월 신장 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상태다. 이날도 이 회장은 감염을 우려해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행비서의 부축을 받으며 지팡이를 짚은 채 재판정으로 들어섰다. 이 회장은 재판 도중 자신의 손을 주무르고 물을 마시는 등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재판부가 이 회장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때는 또박또박 답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