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은 24일 가맹점주 13명이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50만∼4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BQ가 치킨 가격을 올린 후 홍보·판촉행사를 하면서 비용 60억원을 가맹점주에게 부당하게 강요했다는 것이다. BBQ는 판매증진을 위한 판촉행사의 경우 비용분담 기준을 점주에게 미리 알리거나 자율적인 참가 신청·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맹계약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甲)질'은 BBQ만의 일이 아니다. 치킨은 물론 빵집, 커피 전문점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를 막아보겠다고 넉 달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인테리어 공사비 전가 등 본사의 횡포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맹점주들은 실직이나 정년퇴직 후 창업에 나선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위법을 일삼는 본사의 행위는 자영업자를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의 처지는 암담함 그 자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3년 기준으로 조사해보니 40대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10년 전보다 700만원 넘게 줄어든 2,725만원에 불과했다. 임금 근로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수입이 줄어드니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매년 80만명에 달한다. 케이블TV 드라마 '미생'에서 "회사가 전쟁터면 바깥은 지옥"이라는 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가맹본부의 갑질이라도 줄어야 자영업자들이 지옥에서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