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5와 백16은 한국기원 기사실에서 윤준상이 예측한 그대로였다. 흑17로 즉각 침공한 것은 당연한 돌의 흐름이다. 백이 일단 18로 뛰어나온 것은 절대수인데 장쉬가 백20으로 헤딩을 하자 윤준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감각이 이렇지? 이적수가 분명하잖아." 나중에 들어온 이영구 4단이 맞장구를 쳤다. "계속 악수의 퍼레이드로군." 백20은 물론이고 22와 24가 모두 악수성이라는 지적이었다. 순식간에 좌상귀 일대에 20집이 넘는 흑의 확정지가 생겼다. 장쉬는 백26이라는 수습책을 성립시키기 위해 백20 이하 24의 수를 두어치운 것이었다. 그러나 백26 역시 방향착오였다는 것이 '87트리오'(87년에 태어난 이영구, 홍성지, 윤준상을 일컫는 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백26으로는 그 반대편인 참고도1의 백1에 붙일 자리였다. 그래야 앞에 두어치운 이적수들의 체면이 산다. 흑이 2로 반발하면 백3 이하 13으로 흑이 걸려든다. 애초에 그냥 참고도2의 백1로 붙이면 그때는 흑이 2에서 10까지로 강하게 싸울 것이 뻔하며 그 진행은 흑이 좋다. "흑이 양쪽을 모두 둔 결과야. 벌써 흑이 질 수 없는 바둑이 되고 말았어."(윤준상) 그런데 이 바둑을 장쉬가 이기게 된다. 위빈이 너무 기분이 좋아서 계속 안일한 착수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