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까르푸의 인수.합병(M&A) 추진 과정은 끝까지 '007작전식 교란'으로 일관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시장에 진출한 지 채 10년도 못돼 짐을 싸기로 한 까르푸의 매각 추진은 지난 2월 시작됐다.
그달 중순께 프랑스 까르푸 본사는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방향을 잡고, 10여개 국내 유통업체 등에 사실상 인수 의향을 타진했다.
당시까지만해도 전체를 통째로 M&A하는 것인지, 부분매각을 하는 것인지 분명한구도가 설정되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이미 사실상의 전체 매각을 염두에 둔채 움직인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까르푸는 의사타진 이후 인수 의지의 강약과 무관하게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업체들이 관심을 표명해오자 추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신세계, 테스코, 롯데, 이랜드 등을 포함한 10개사를 대상으로 '1차 입찰'을 실시했다.
업체들은 여기서 추가 실사 등을 통해 까르푸를 꼼꼼하게 들여다 보려고 비현실적이라 할만큼 높은 인수희망금액을 적어내는 것으로 응찰했다는 후문이다.
까르푸는 그런 절차를 밟아 인수희망금액을 높게 써냈거나 인수 의지가 강해 보이는 업체들을 선별적으로 골라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회사 설명회'를 가졌다.
여러 업체들이 이 과정에서 발을 뺌으로써 인수 후보군이 압축됐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홈플러스가 까르푸를 인수할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추후 '사실무근'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까르푸가 매각 추진 과정에서 상대 업체와 계속 값을 흥정할 수 있다는 세칭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M&A를 이끌며 흥정된 인수액 예상치가 소문으로 꼬리를 문 데다가 그 과정 전체를 철저한 비밀에 붙이는 전략을 구사한 데 따른 결과였다.
이에 따라 까르푸에 대한 업체들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으나, 할인점 시장을 둘러싼 경쟁 격화 속에서 까르푸 점포가 가진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는신세계, 롯데, 테스코, 이랜드 등 4개사는 지난 4일 마감된 '2차 입찰'에 응했다.
까르푸는 그러나 통상의 M&A룰에 어긋나게도 우선협상대상자를 단수로 선정하지않고 이들 4개사에 모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줬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2차 입찰 마감 때에도, 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에도 까르푸는 침묵을 지키다가 증권 공시나 일부 보도 등이 나온 이후에야 입을 열어 빈축을 샀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특히 까르푸의 끊임없는 몸값 올리기 시도와 특이한 매각 방식에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까르푸가 롯데를 사실상 거래 상대로 내정한 상태에서 다른 업체들을들러리로 세워 롯데를 압박하는 동시에 몸값도 올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에 파다하게 퍼지면서 반(反)까르푸 여론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까르푸는 거의 인수가 확실시된다는 평가를 받아온 롯데측과 세부 조건을 둘러싼 협상에서 틀어지면서 이랜드를 계약 파트너로 결정해 끝까지 시장을 교란작전을 폈다는 소리를 들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가 가져가는 줄 알았건만 이랜드라니..."라고 말해 그같은 분위기를 방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