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무급전임 급여 조합비 올려 해결"

통상임금 2%로 인상, 연 54억원 규모로 대의원대회 통과하면 바로 적용


기아자동차 노조가 무급 전임자들의 임금을 자체 재정으로 부담하기 위해 조합비를 현재 조합원 통상임금 1.2%에서 2%로 인상하는 것을 추진한다. 노조는 이를 통해 무급 전임자 급여 지급 명목으로 매년 약 54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무급 전임자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조합비를 인상하는 것은 기아차 노조가 처음이어서 다른 노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6일 기아차 노사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5일부터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무급 전임자의 임금보전을 위해 조합비 인상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 규약상 매월 통상임금의 1.2%를 걷도록 돼 있는 조합비를 2.0%로 상향조정해 4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아차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조합비가 인상되면 조합원이 추가로 부담할 금액이 평균 매달 1만5,000원 정도"라면서 "이 금액은 전부 무급 전임자들의 급여를 지급하는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노조는 현재 조합원 수가 약 3만명이다. 따라서 노조는 매달 약 4억 5,000만원, 매년 약 54억원의 예산을 새롭게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노조 규약상 이번 조합비 인상안은 전체 대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바로 적용된다. 이에 앞서 노사는 최근 지난 임단협 합의에 따라 추후 논의하기로 했던 적정 무급 전임자 수를 최대 70명까지 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유급전임자(타임오프대상자) 21명을 포함해 총 91명의 전임자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임단협 전 181명에 비해서는 절반수준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노조와 무급 전임자 수를 최대 70명 두는데 합의했다”면서 “이 인원의 급여 지급은 노조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무급 전임자 수는 사측과 계속 진행 중에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아차 노조가 무급 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조합비 인상을 추진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다른 사업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997년 노조법에서 조합비 상한선이 폐지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노조들은 기본급의 2% 이상을 조합비로 걷는 게 금지됐다”면서 “이 때문에 오랜 기간 낮은 조합비에 익숙해 져 있는 조합원들을 노조 집행부가 어떻게 설득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노조들은 조합비를 기본급에서 일정 비율을 공제하는 정률제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부터 투쟁 사업장이 많았던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은 통상 1.5~2%, 한국노총 산하 사업장은 1% 전후를 걷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아차 노조가 조합비 인상이라는 자구책을 마련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합이 전임자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조합비 인상을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조합비 인상을 위해 사용자로부터 우회적으로 수당을 받는 식의 변칙이 통용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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