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근 "10년사찰여행 기록, 불교사에 도움됐으면…"

사찰 탐사여행자 류호근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지난 1998년부터 우리나라 사찰과 암자ㆍ절터 333군데를 돌았습니다. 돌아다니며 보고 들은 것을 23권의 파일로 기록했는데 이 자료들로 한국 불교사학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직에서 은퇴한 후 사찰탐사여행자로 변신한 류호근(70ㆍ사진)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모태신앙으로 불교를 믿었지만 불교에 대한 지식은 문외한이었다”며 “333군데의 사찰을 돌아본 지금은 전각이나 불상만 봐도 그 절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알아낼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10여년간의 사찰여행 후 불교에 대한 지식 말고도 그에게 남은 것이 또 있다. 사진과 방문했던 절ㆍ절터ㆍ암자의 역사와 설립 배경을 빼곡하게 적은 23권의 파일이다. 5권의 책으로 출간하기로 출판사와 계약하고 2003~2004년 2년간 손수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고 사진을 직접 오려 붙였다. 그러나 원고가 완성된 시점에서 출판계가 불경기를 맞아 출간이 미뤄졌고 원고는 4년째 그의 방 한 편을 차지하게 됐다. 류씨는 “1998년부터 3년간 전국 사찰의 보물이나 국보 내역을 확인하고 사찰에 가서 주지스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며 “관련 책자까지 통달하며 기록한 원고이므로 방에 썩혀두는 것보다는 관심 있는 학자들에게 전해 연구자료로 삼도록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발로 뛰며 기록한 그의 원고에는 새롭게 발견된 내용도 적지 않다. 그는 “경상도ㆍ제주도 등을 다니면서 고구려 소수림왕 이후에 불교가 들어왔다는 역사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지리산 칠불사 등에 이미 소수림왕 이전에 남방불교를 통해 불교가 전파됐다는 증거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칠순을 맞은 그는 여전히 기회가 닿는 대로 사찰여행을 즐긴다. 지방에 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사찰 두세 곳을 방문한다. 그가 즐겨 가는 사찰은 순천 선암사, 구례 화엄사 등으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들. 그는 “사찰에 가면 가만히 앉아 조선시대 억불숭유 정책으로 탄압 받았던 한국 불교의 아픈 역사를 느낀다”며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닌 우리 역사의 한 맥으로 불교를 이해하고 역사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불교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보존을 강조했다. 한편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류씨는 1998년 공직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충남 청원군수, 내무부 지방세제국장, 지방행정국장, 민방위본부장,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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