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딸마저 근위축증 유전질환에 "병원에서 제대로 검사 했더라면…"
병원 상대 수년째 소송 부부법원 조정으로 1억여원 보상
송주희 기자 ssong@sed.co.kr
두 딸에 이어 셋째 딸마저 유전질환을 안고 태어나자 부모가 셋째 딸의 산전검사를 담당했던 한 대형 병원을 상대로 수년간 소송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1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김모씨 부부는 지난 1992년 '척추성근위축증(SMA)'이라는 유전질환을 가진 첫째 딸을 낳았다. SMA는 척수에 있는 운동신경원이 퇴화해 근육이 계속 위축되는 질환으로 김씨의 딸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1996년 낳은 둘째 딸 역시 태어난 지 4년 후 첫째와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2001년과 2002년에도 힘겹게 가진 셋째를 같은 이유로 중절해야 하는 불운이 닥쳤다. 자신들은 모두 정상인데 자녀들이 병을 안고 태어나는 데 대해 김씨 부부는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2003년 다시 아기를 가진 부부는 다른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유전자 결손이 없다는 희소식을 접했다. 그렇게 2004년 4월 출산했지만 안타깝게도 셋째 딸마저 1년 뒤 첫째ㆍ둘째와 똑같은 증상을 보였다. 부부는 세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도 그만뒀고 자녀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방으로 집을 옮겨야 했다. '병원에서 검사를 제대로 했더라면…'이라고 생각한 김씨 부부는 2005년 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006년 12월 1심 법원은 병원의 과실을 인정해 김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병원 측의 항소로 소송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첫째 딸은 항소심에서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법정에 나오기도 했다. 아버지는 고난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세 딸은 모두 나에게 축복"이라고 말해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결국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이인복)의 조정으로 병원이 김씨 부부에게 1억1,000만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소송이 마무리됐다. '김씨 부부의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은 분명하지만 장애 자체가 의료진의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고 판결을 통해 병원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회피하고 과도하게 낙태를 권유하게 될 위험도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궁극적으로는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장애아의 재활문제를 떠맡고 있으면서도 새 생명의 탄생에 감사하면서 세 자녀의 재활을 위해 애쓰는 원고들의 따뜻한 마음과 굳은 결의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