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이래 최저금리 시대'를 맞아돈 관리가 힘들어진 학교재단 등 비영리법인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내 증권사 문을 두드리는 등 '저축'일변도에서 '투자'로 돈굴리는 방식이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익원 발굴에 잰 발걸음을 하고 있는 주요 증권사들도 학교재단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갖거나 재무담당자 모임을 후원하는 등의 적극적 마케팅활동을 통해 이들 자금의 유치에 나서면서 수탁고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대우,미래에셋증권 등 자산관리분야에서 우위를점해온 주요 증권사들에 돈 굴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학재단 등 비영리법인들의 '뭉칫돈'이 속속 유입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주요 사립대학 등 학교자금을 끌어들이는 창구인'아카데미 예스펀드' 잔고가 지난해 말 1천170억원에서 9월 2천억원을 넘은데 이어 이달 말까지2천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년이 못돼 2배 가까이로 불어난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아카데미 예스펀드'는 법인영업부만의 실적"이라며 "별도통계는 없지만 지점영업을 담당하는 리테일사업부쪽에서도 '영업우수사례'로 학교법인 상대 영업활동이 사내에서 소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증권 수도권지역의 한 지점은 모 여대로부터 최근 클린MMF와 채권펀드등에 투자할 자금으로 40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지난해말 1조9천억원이던 법인 수익증권 판매잔고가 지난 9월말 2조8천억원으로불어난 대우증권도 증가분 상당액이 원금 보장형 주가연계펀드(ELS)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자금을 맡기려는 학교재단, 장학재단, 공기업 복지기금 등의 투자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장학재단이 운영비를 충당하기도 어려워 기금을 갉아먹을 형편이다보니 간접상품에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3월까지 30억원에 불과하던 정액 적립식 펀드잔고가 학교법인 등은 물론, 그간 은행들과만 거래하던 마을금고, 신협 등 비영리성 금융기관들의 자금이 몰린데 힘입어 지난 14일 현재 550억원으로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적립식 펀드에 처음에는 개인들만 가입했으나 학교법인,마을금고,연기금 등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1천321억원이던 학교,종교법인 등 비영리법인 수탁고가 9월말 2천37억원으로 급증한 CJ투자증권 관계자도 "학교재단은 물론, 일부 종교계 봉사기관 등을 중심으로 수탁고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상당한 자금 동원력을 가진 학교재단 등 비영리법인들의 돈관리가 '투자'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자 삼성증권이 최근 학교재단의 돈을 움직이는 실무 책임자들이 모인 '사립대학 재무과장 워크숍'을 지원하는가 하면, 대우증권은 학교재단,장학재단상대 자금운용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증권사들의 자금유치활동도 적극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위험기피도가 높고 고수익보다는 안정적 자금관리가 우선인 비영리법인들의 특성상 투자대상은 주식보다는 채권이나 MMF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비영리법인들의 증권사를 통한 '투자'를 건전하지않게 보는 분위기 등이 남아있고 이들 법인이 위험기피도가 높아 아무래도 채권형에집중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ELS 등이나 안정형, 혼합형 등으로 일부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김종수.김준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