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섭업계 가운데, 조선사 부실 등으로 인한 선박건조 중단 사례가 한국이 가장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선급회사인 DNV(Det Norske Veritas)는 최근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만들지 못한 선박 492척 중 한국 업체의 물량이 194척(1,920만DWT)으로 가장 많다"고 밝혔다. DNV는 이어 "전세계적으로 건조가 취소된 선박 총 492척 3,700만 DWT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9.4%에 달한다"며 "한국 다음으로 많은 국가는 중국으로 총 161척(1,290만 DWT)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DNV는 영국 LR사, 미국 ABS사와 함께 전세계 선급분야의 70~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3대 선급회사 중 하나다. 지난 1864년 설립돼 현재 전세계 100여개국, 350여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각 분야별 전문가 9,000여명이 전세계 조선업체에 파견돼 품질, 환경, 안전 등과 관련된 감시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이렇게 미리 예정됐던 선박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중소 조선업체들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선박건조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실제 DNV에 따르면 C&중공업은 총 49척(450만 DWT)을 건조하지 못해 전세계 개별 조선업체 중 가장 많았다. 또 진세조선은 24척(77만6,000 DWT), 대한조선은 23척(390만 DWT)이 건조 취소됐다. 이들 3개 업체는 DNV가 집계한 전세계 조선업체별 선박건조 취소 물량 순위에서도 1위부터 3위를 차지했다.
현재 C&중공업, 진세조선, 대한조선은 모두 경영위기를 겪고 있어 정상적인 선박건조가 어려운 상황이다. C&중공업은 정부와 금융권의 지난 1차 구조조정 대상 선정결과 퇴출대상으로 분류됐으며, 이후 워크아웃이 중단돼 현재 독자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이미 수주한 선박을 제때에 인도하지 못해 위약금만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진세조선은 1차 구조조정 대상 선정 시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됐지만 신규자금지원에 대해 채권단간 의견이 협의되지 않아 여전히 워크아웃 착수여부가 불투명하다. 다만 대한조선은 지난달 말 워크아웃계획을 확정하고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 상환일자는 2013년까지 연장하고, 신규자금은 1,700억원을 지원 받기로 했다.
한편 DNV는 선박건조가 미뤄진 선박 중 325척이 벌크선, 78척이 컨테이너선, 47척이 탱커선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철광석, 곡물 등 원자재 거래가 줄어들면서 이들을 주로 실어 나르는 벌크선에 대한 납기연장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DNV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세계 조선 업체들이 당초 올해 안에 인도키로 했던 선박 중 25% 가량의 납기가 연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업계에 대한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침체로 신규발주가 뚝 끊긴 상황에서 기존에 수주했던 물량들마저 생산이 취소되거나 미뤄지면 조선 맹주의 자리마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