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IT] SNS 언어에는 이유가 있다

말하는 것처럼 빠르게… 축약하고
글로 못 전하는 감정은… 이모티콘


"ㅇㄷ야? 커피 ㄱㄱ S2"

김 모 씨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친구에게 보낸 문자다. 풀이하면 '지금 어디에 있니. 커피 한잔 하러 가자. (하트)'라는 뜻. 기호·축약어·단자음 등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SNS 언어'에 대해 '한글 파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제는 세대를 넘어 널리 통용되고 있다.

다음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 사용자들 가운데 20~30대는 물론 중·장년층도 '기호·축약·단자음'으로 소통하면서 이른바 'SNS 언어'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ㅋ'와 'ㅋㅋㅋㅋㅋ'는 다른 언어 = 'ㅋ'과 같은 단자음과 '여친'과 같은 축약어는 기본이다. 'ㅇㅇ(응)''ㄱㄱ(go go·'가자'는 권유의 뜻)' 등은 이제 전 연령대에서 두루 쓰이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축약어·단자음이 문맥과 대화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다른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ㅋㅋㅋㅋㅋㅋㅋㅋ'처럼 'ㅋ'이 많으면 그만큼 재미있다는 뜻이고, 'ㅋ'처럼 하나면 비웃음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모음교체 현상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밥머거써', '추바(출발)', '어댜(어디야)' 등은 이제 SNS 사용자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비 공식 표준어가 됐다.

'S2'와 같은 새로운 언어도 보편화 되고 있다. 'S2'는 '사랑해' 라는 뜻으로 '하트 모양'을 형상화 한 것. SNS상에서는 여자 친구에게 'S2'를 보내는 것만으로 서로 간의 애정을 확인한다.

기호·축약·단자음 등이 SNS 언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에 대해 최명원 성균관대 교수는 '손이 입을 못 따라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빠르게 메신저 자판을 쳐도 입으로 말하는 것에 비해 3~10배 느리다. 메신저를 하면서 실제론 말을 하고 있는데 자판 속도는 최대 10배나 느린 것. 축약어와 단자음은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이용자 스스로 고안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말 못할 사정은 이모티콘으로 = 이런 가운데 이모티콘도 이제는 소통 수단으로 굳혀져 가고 있다. 이용자는 풍성한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을 통해 실제 대화처럼 제스처, 몸짓, 표정 등의 효과를 낸다. 실제로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을 보면 감정은 물론, 자기 생각, 심지어 말하기 어려운 속마음까지 표현한 이모티콘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친구나 연인에게 말하기 어려울 때 이모티콘이 소통을 대신해 주고 있다. 대학생 이 모양(23)은 "원래 이모티콘을 잘 안 썼다"며 "하지만 친구들이 이모티콘을 안 쓰면 차가워 보이고 화난 것 같다고 해서 그 이후에 많이 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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